"밀 국제가격 62% 급등…'1.8% 관세' 없앤다고 빵값 떨어지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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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6-17 17:39   수정 2022-06-18 01:19

"밀 국제가격 62% 급등…'1.8% 관세' 없앤다고 빵값 떨어지겠나"


정부는 물가 대책이 시행되는 다음달부터 기업들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식품 가격을 인하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관세 인하 품목 확대 등 ‘추가 카드’도 예고하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 대책으론 가격 인하가 사실상 어렵다”고 토로한다. 관세 부담이 큰 브라질과 멕시코산 돼지고기 수입이 소폭 확대되고, 된장 등 장류 가격이 조금 내려가는 수준의 미미한 효과에 그칠 것으로 관측한다. “공무원들이 실상을 진짜 모르는 것인지, 대책 내놓기에 급급해 애써 외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얘기다.
○‘이미 무관세 수입하는데…’
17일 육가공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 돼지고기의 90.0%가량은 미국과 유럽산이 차지했다. 미국산이 36.4%로 가장 많았고, 이어 스페인(20.1%) 네덜란드(8.9%) 순이었다.

미국과 유럽은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돼지고기에 관세가 붙지 않는다. 주요 식품·유통업체는 돼지고기 대부분을 미국과 유럽에서 수입해 이미 면세 혜택을 누릴 만큼 누리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지난달 말 ‘긴급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하면서 22.5~25.0%의 관세가 붙는 수입 돼지고기 관세를 올해 말까지 없애면 최대 20%의 원가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관세율 25.0%인 멕시코, 브라질산과 9.6%인 캐나다산에 대한 면세로 이들 국가에서 수입이 늘어날 것”이란 게 근거 중 하나다.

하지만 “물류비 등을 감안할 때 남미 등에서 수입할 규모가 얼마나 될지 의문”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멕시코와 브라질산 돼지고기 수입 비중은 각각 1%대에 그쳤다.

밀과 밀가루 관세율도 각각 1.8%, 3.0%에서 0%가 된다. 한국의 수입 밀 역시 FTA 체결국인 미국, 호주, 캐나다산이 99%를 차지한다. 올 1분기에 대두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72.2%(블룸버그 국제 곡물가 평균지수 기준), 밀(원맥)은 62.3% 상승했다.

해바라기씨유와 대두유 관세 면제 조치도 제품가 인하로 연결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치킨 프랜차이즈업체 관계자는 “식용유 도매가가 이달 초 80%나 올랐는데 5.0% 관세 인하로 어떻게 치킨값을 내릴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부가세 면제 효과도 미미할 듯
부가가치세(10.0%) 면제 조치도 실효성에 반신반의하는 기업이 많다. 예를 들어 김치는 비닐 포장 제품이 7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이미 면세 품목이다. 이번 대책에 면세 대상에 포함된 병, 캔, 파우치 등에 들어간 김치는 시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정부가 “부가세 면제로 원가 9.1%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커피, 코코아 원두도 효과를 체감하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면세는 로스팅되지 않은 생두를 수입해 가공하지 않고 판매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동서식품, SPC, 이디야커피 등 주요 커피 업체는 생두를 수입해 가공하는 커피 제조업체로, 이미 부가세를 환급받고 있다. 볶은 원두를 수입하는 스타벅스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된장, 고추장, 간장 등 단순 가공 식료품은 부가세 면제 효과가 일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면세율 10.0%가 그대로 가격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구조다. 모든 제조단계별로 붙는 부가세의 성격상 기업이 제품을 만들면서 부담한 부대비용에 대해선 공제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식품·유통기업 타격 커지나
식품·유통기업들은 2분기에 접어들면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으로 인한 실적 개선 효과가 뚜렷할 것이란 기대를 받았다. 지금은 원재료 비용 급등으로 분위기가 급반전해 되레 하반기 가격 인상이 절실한 처지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농심과 동원F&B, 대상 등 주요 식품업체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지난 1월보다 10% 안팎 떨어졌다. 이마트, 롯데쇼핑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53.1%, 20.4% 후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물가를 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다 하겠다”고 밝힌 뒤 정부·여당은 ‘물가와의 전쟁’이라도 펼칠 태세다. 하지만 실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추진하는 대증요법으로는 백전백패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김정호 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가 기업들에게 인플레이션 부담을 떠넘기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키는 것"이라며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되, 이에 따른 고통을 잘 견딜 수 있도록 경제적 사각지대를 지원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제품원가를 낮추기 위해 산업인프라 개혁이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품원가를 낮추기 위해선 전력, 물류 등 산업인프라의 경쟁을 도입시키는 구조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자원화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한두봉 고려대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매년 식품 공급물량의 35%가 버려지며 이 비용이 모두 소비자가격에 전가된다"며 "음식 쓰레기를 줄이고 남은 식품을 자원화하는 근본적 대응방안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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