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홍이 정수를 만났을 때…카펜스트리트 공동창업자 이야기 [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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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6-27 14:48   수정 2022-07-14 17:52

민홍이 정수를 만났을 때…카펜스트리트 공동창업자 이야기 [긱스]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요즘 Z세대들에겐 대기업에 들어가는 것보다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게 선망의 대상입니다. 이를 직접 보여준 두 사람이 있습니다. 무서울 게 없는 20대 후반에 3차원(3D) 모델 오픈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카펜스트리트를 공동 창업한 이민홍 대표와 서정수 이사입니다. 두 사람은 미국 포브스지가 선정한 '2021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어떻게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했을까요? 1.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2.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3. 최적의 파트너를 찾아 4. 손잡고 뛰어든다. 참 쉽죠. 20대에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젊은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한 X세대 독자분을 위해 한경 긱스(Geeks)가 카펜스트리트의 창업 스토리를 취재했습니다.


"너무 깊이 관여하게 되다 보니깐, 명확하게 선을 긋고 싶었어요."

카펜스트리트 공동창업자인 이민홍 대표 겸 최고경영자(CEO·31)에게 서정수 이사 겸 최고운영자(COO·30)가 한 말이다. 정수는 민홍에게 "그림을 어디까지 크게 그리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림이 작았으면 같이 창업할 생각이 없었다. "내가 포착한 연결 고리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전 세계 창작자들의 시간을 아껴주고 싶다"는 민홍의 대답이 맘에 들었다. 2019년 봄 서울대 입구 '샤로수길' 끝자락에 위치한 위스키 바에서 정수는 민홍의 손을 잡기로 했다.
오늘의집에서 첫 만남
민홍은 국내 최대 인테리어 플랫폼으로 자리잡은 '오늘의집'에 2017년 서비스 기획자로 입사했다. 그곳에서 커머스 전략을 담당하던 정수를 처음 만났다. 오늘의집이 인테리어 커뮤니티에 막 커머스를 접목한 때였다. 직원은 20명 규모였다.

둘은 업무적으로 자주 소통하는 사이였다. “정수 님은 제 고민을 잘 들어주고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었어요."

2년 뒤 민홍은 오늘의 집을 떠났다. 직원 규모가 80명 정도로 늘고 성장 가도를 달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오늘의집 조직문화를 굉장히 좋아했거든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조직원들의 성장도 이끌어주는 문화였어요. 이곳에 남아 있으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걸 알았죠. “

하지만 민홍의 가슴 속에 창업의 꿈이 자리하고 있었다. "꿈꾸던 사업 아이디어가 타이밍과 흐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이승재 오늘의집 대표님도 제가 꿈을 펼치는 걸 응원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퇴사하게 됐죠.”
건축을 사랑한 민홍
민홍은 어릴 때부터 어딜 가면 공간을 한눈에 훑어보고 살피는 걸 좋아했다. 공간감이 좋았던 아이였다. 한국과학영재학교를 다니던 10대엔 게임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빠져들었다. 진로 선택 시엔 예술과 물리를 접목한 서울대 건축학과를 선택했다.

건축 디자인은 들이는 노력에 비해 그 결과물이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사장되는 게 많다는 게 민홍의 문제의식이었다.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제한적이다 보니 수많은 업체가 여러 날 밤을 새워서 설계도를 만들어 공모에 입찰해도 1등 작이 아니면 모두 폐기 처분이 되고 만다. 학생 공모전은 가상 프로젝트라 1등에 당선돼도 현실화하지 못한 채 수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건축은 제가 사랑하는 학문인데 노력의 산물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있는 구조라고 느꼈어요. 그런 것들이 항상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어요.”
건축학도에서 서비스 기획자로
민홍은 대학 졸업 후 건축 디자이너 대신 오늘의집에서 서비스 기획자의 삶을 선택했다. 대학 4학년 때 선후배 동료들과 드론 컨트롤러 스타트업 '디스이즈엔지니어링(TIE)' 창립 멤버로 참여한 덕분이었다.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서비스가 성장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사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반영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서비스 기획과 건축 디자인은 비슷한 지점이 있어요. 건축디자이너가 건설사와 이야기해서 건물을 짓듯, 서비스 기획도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들을 예측하고 개발자와 함께 서비스로 구현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칩니다. 하지만 건축에 비해 정보기술(IT)은 피드백을 듣는 주기가 아주 짧다는 게 매력이죠. 2주에 한 번, 어떤 때는 매주 서비스를 배포하기도 해요."
게임을 하다가 창업 아이디어가
건축가의 길을 가지 못한 아쉬움 때문이었을까? 민홍은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면서도 창업 아이디어를 결국 건축에서 찾았다.

게임과 웹툰을 좋아하는 그는 '오버워치'라는 게임을 하다가 게임 속 공간과 배경에 시선이 꽂혔다. 문득 ‘게임 안에 굉장히 특색 있고 재밌는 공간들이 많이 있는데, 이런 것들은 누가 설계할까? 이걸 그리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게임과 웹툰 속 공간을 그린 장면은 건축 디자인 쪽에서 민홍이 항상 만들던 3D 도면이었다.

‘내가 정말 사랑하는 건축과 팬으로서 좋아하는 웹툰이나 게임을 연결할 수 있는 지점이 있겠구나!’

민홍의 머릿속에 '아하'의 불꽃이 튀었다. 건축용 3D 디자인을 웹툰 작가에게 연결해주는 카펜스트리트의 사업모델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회사 이름 카펜스트리트는 '건축가(카펜터)의 거리'란 의미를 담았다.

전략통 정수
2019년 초 창업을 결심하고 오늘의집을 나온 민홍은 서울대 입구 샤로수길 끝자락에 위치한 위스키 바를 주둔지로 삼았다. 낮에는 손님이 없는 이곳에서 지금은 병역 중인 최준영 프로덕트 디자이너, 현재 마케터를 담당하고 있는 이재원, 그리고 민홍의 건축학과 후배 두 명이 모였다.

주말이면 민홍은 이곳 위스키 바로 정수를 불러냈다. 민홍이 말랑말랑한 생각을 잘하고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잘 내는 기획자라면 정수는 구체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분석하고 계획하는 전략가다. 민홍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정수를 통해 채우고 싶었다.

정수는 위스키 바에 삼삼오오 모여있는 걸 보니 도와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깊이 관여를 하게 되면서 이제 명확하게 선을 정하고 싶었다. 연세대 언더우드 국제대학에서 디자인경영을 전공한 정수는 삼성물산 브랜드 마케팅을 거쳐 오늘의집에서 커머스 전략을 담당한 '전략통'이었다. 정수 역시 창업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사업을 할 거면 그림을 크게 그리고 싶었다. 민홍에게 "어디까지 시장을 크게 보느냐"고 물어본 이유다.

민홍은 "전략과 방향성은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다"며 "내가 포착한 건축과 웹툰의 연결 고리를 전 세계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모든 창작자의 시간을 아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9년 봄 어느 날, 정수는 샤로수길 위스키 바에서 민홍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하기로 결심했다.
메타버스를 내다본 선구안
이들은 메타버스란 화두가 부상하기 전부터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3D 가상 공간이 확장될 것을 예상했다.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 저의 정신은 다른 공간에 가 있는 걸 상상했어요. 그럼 그 가상의 공간에도 무엇인가를 짓고 싶었어요.” 민홍은 현실 세계에서 더 이상 건축디자인을 하진 않았지만, 사람들이 뭔가를 계속 지을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갖게 하고 싶었다.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이미 해외 마인크래프트 같은 게임으로 공간이 확장돼 있었고 거기에서 경제활동이 발생하고 있었다.

정수는 "창업 당시엔 메타버스란 개념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공간의 확장과 3D가 핵심이라고 생각했고, 3D로 더 많은 것들이 창작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민홍과 같이 카펜스트리트를 해보기로 했죠."


시작은 스프링캠프에서
카펜스트리트의 가능성을 처음 알아본 곳은 네이버 계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스프링캠프였다. 스프링캠프는 오늘의집 투자사로, 최인규 대표와 고경표 투자심사역은 대학생 시절 민홍에게 오늘의집 입사를 권유하기도 했다.

민홍이 안부 인사차 스프링캠프에 들렀던 날이 마침 네이버 스타트업 경진대회 캠프파이어의 접수 마감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민홍은 주머니에 있던 USB를 꺼내 사업발표(PT)를 선보였다. 바로 '이거 재밌겠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날로 캠프파이어에 접수했고, 카펜스트리트는 최종 5개 팀에 뽑혔다.

덕분에 와인바를 벗어나 서울대입구역 인근 스프링캠프 액셀러레이팅 공간을 확보하게 됐다. 지원금 7000만원도 마련됐다. 그곳에서 재무 컨설팅 문서작업 등 실무적인 도움도 받을 수 있었다. 5명으로 시작한 멤버는 6개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9명으로 늘었다. 2019년 7월 캠프파이어를 1등으로 졸업하면서 2억원의 포상금을 획득했다.



사업 계획과 전략을 짜는 건 정수의 몫이었다. 정수가 "6개월 뒤면 돈이 바닥날 것 같다"고 하면, 민홍은 어디서든 돈을 구해왔다. 2019년 9월 스프링캠프는 시드 투자를 지원했고, 창업 1년여 만인 이듬해 6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돼 지원금 5억원을 따냈다. 같은 해 9월 시리즈 프리A 라운드에서 스프링캠프를 비롯해 SBI인베스트먼트,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 ES인베스터 등에서 15억원을 조달했다.

올해 2월 진행한 시리즈A 라운드에선 스프링캠프 마이다스동아인베스트먼트 ES인베스터외에 KB인베스트먼트 메이븐그로쓰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가 참여해 1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연금'처럼 돈 벌어 주는 3D 디자인
카펜스트리트가 운영하는 3D 모델 오픈플랫폼 '에이콘(ACON) 3D'는 3D 디자인을 공급하는 '모델러'와 이를 사용하는 작가가 만나는 곳이다. 3차원으로 설계된 빌딩, 학교, 카페 등의 디자인을 내려받으면 웹툰이나 게임 창작자의 작업 시간을 80~90%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시점이나 구도를 바꿔가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을 잘라 쓸 수도 있다.

에이콘3D의 유료 거래 건수는 2019년 7000건에서 2021년 9만8000건으로 증가했다. 올해 말에는 유료 거래 건수가 30만건에 달할 것으로 회사는 내다보고 있다. 6월 현재 월간 거래액은 6억원을 넘어섰다.

현재 에이콘3D에서 활동하는 모델러는 600명이 넘는다. 올해 1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중 해외 모델러는 10%가량이다.

처음엔 3D 디자인 모델러를 모으기 위해 한명 한명에게 직접 연락했다. 정수는 "한번 잘 만들어 놓은 모델로 연금처럼 돈을 벌 수 있다고 한분 한분 설득했다"며 "실제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3D 디자이너들이 먼저 연락이 오는 상황으로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월 1000만원을 버는 3D 모델러는 20명에 이른다. 한번 잘 만들어 놓은 3D 모델이 계속 팔리면서 특정 이벤트 기간에 억대 수익을 낸 모델러도 나왔다.
웹툰계의 유니티
터보스퀴드 스케치팹 등 게임용 고퀄리티 3D 모델링 판매회사와 달리 카펜스트리트는 작가 풀이 넓은 웹툰에 집중했다. 해외 사이트의 결제 방식, 언어 장벽도 사용자 저변을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카펜스트리트는 웹툰 업계의 유니티가 되고자 한 걸음 한 걸음 가고 있다. 3D 모델 거래 중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 전용 3D 모델 편집툴 에이블러도 개발했다.

하지만 3D 모델 시장은 경쟁이 치열하다. 카메라로 찍은 영상을 3D로 바로 전환해주거나 스토리 라인만 넣으면 인공지능(AI)이 알아서 그림을 그려주는 플랫폼까지 등장했다.



민홍은 "서부 개척 시대에 금을 캐러 갈 때 곡괭이와 청바지를 만드는 곳이 돈을 벌었던 것처럼 이런 창작 툴들에서도 카펜스트리트의 3D 모델을 사용한다면 서로 '윈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 웹툰 플랫폼 콰이칸도 카펜스트리트에 노크했다. 카이칸 웹툰 공모전에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를 심사위원으로 추천했고 카펜스트리트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2019년 샤로수길 와인바에서 5명으로 시작한 카펜스트리트는 현재 45명 정도로 커졌다. 더 좋은 인력을 채용하기 위해 강남 테헤란로로 사무실도 옮겼다. 마키나블랙 출신 김창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했다.

카펜스트리트는 현재 매출 규모에 비해 채용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대체불가능토큰(NFT)과 메타버스 등 넥스트 스텝을 바라보고 채용을 늘리고 있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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