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력 격차 여전한데…日 지자체 44곳보다 최저임금 더 받는 韓

입력 2022-06-19 17:36   수정 2022-06-20 00:49

올해 국내 시간당 최저임금(9160원·약 960엔)은 이미 일본 최저임금 전국 평균인 930엔(약 8875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도요타자동차 등 대형 제조업체가 집결한 아이치현(955엔), 도쿄에 인접한 서비스 중심지 지바현(953엔), 세계적인 관광지 교토(937엔)도 ‘발아래’에 있다. 47개 일본 지방자치단체 중 도쿄와 가나가와현, 오사카 정도만 최저임금이 한국보다 높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의 핵심 카드로 최저임금 인상이 지목되면서 지난 5년간 41.5%나 치솟은 결과다. 여전히 경제력이 앞서는 일본보다 최저임금이 높아진 것을 두고 “외환위기 직전처럼 샴페인부터 터뜨리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최저임금만 ‘극일(克日)’
19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작년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간 적용되는 도쿄도의 최저임금은 1041엔(약 9930원)이다. 일본의 47개 지자체(도·도·부·현) 중 단연 높다. 그런 도쿄의 최저임금도 한국의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엔 높은 수준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내년도 최저임금에 노동계 요구(1만1860원, 29.5% 인상)의 3분의 1만 반영돼도 체감뿐 아니라 명목상으로도 한국 전역이 도쿄보다 높게 된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한국에 가장 먼저 따라잡힌 ‘극일(克日)’의 대상이 된 것이다.

한·일 최저임금 역전에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에 최근 급격하게 이뤄진 엔화 약세가 큰 몫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지난 5년간 국내 최저임금 누적 인상률이 41.5%로 일본(13%)보다 세 배 이상 인상 속도가 빠른 점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주요 7개국(G7)보다 최대 7.4배나 높다.

그 결과, 현재 국내 최저임금은 이미 일본 4위권 수준에 도달했다. 최저임금이 가장 낮은 고치현과 오키나와현(820엔·약 7823원)에 비해선 1300원 넘게 높다. 정보통신기술(ICT) 등 일부 제조업에서 한국이 일본을 앞서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전반적인 경제력에서 일본이 앞서는 만큼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자연스레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만704달러로 세계 26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3만5196달러로 29위였다. 일본 경제가 기울었다지만 여전히 5000달러 가까이 일본의 소득이 높다.

문제는 경제력 대비 과도하게 높은 ‘가분수 최저임금’ 현상이 해소되긴커녕, 더욱 심화할 상황이라는 점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한국의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은 61.2%로 G7 평균(49.2%)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5.2%)보다 월등히 높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노동생산성은 시간당 41.8달러로 미국(73.4달러) 독일(66.9달러)은 물론 OECD 평균(54.0달러) 및 일본(48.0달러)보다도 크게 낮다. 최저임금위원회는 “2015년 노동생산성과 최저임금을 100이라고 보면, 2021년 노동생산성은 110.7인 반면 최저임금 수준은 156.3에 달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외에도 문재인 정부에서 급격히 올린 4대 보험료와 공휴일 유급휴일화 정책도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의 충격을 더욱 크게 느끼는 요인이다.
성장 발목 잡는 최저임금
경제 성장과 최저임금 인상 속도의 불협화음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무엇보다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은 인건비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계에 타격이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매출 대비 인건비 비율은 대기업이 9.87%인 반면 중소기업은 17.79%에 달한다.

현행 최저임금을 지급하기 벅찬 업체도 적지 않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2021년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는 321만5000명으로 이를 전체 임금근로자로 나눈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15.3%다.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2001년 4.3%에서 20년 만에 11%포인트 치솟았다. 일본(2%) 영국(1.4%) 미국(1.2%) 등에 비해 크게 높다.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 고용 감소로도 이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8년에 비해 2021년 34만4000명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은 21만9000명 증가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부담금을 합치면 실질적인 최저임금은 1만2000원에 달한다”며 “감당 못할 정도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특별한 기술이 없는 사람이나 사회적 약자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양옥석 중기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물가 상승을 자극한다면 임금과 물가가 상호 간 상승하는 악순환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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