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따라 '영끌'로 집 샀다가 밤잠 설칩니다"

입력 2022-06-21 06:00   수정 2022-06-21 08:53


지난해 부동산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2030 영끌족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2030 매수세가 몰린 곳의 집값이 하락세를 보이는 데다 금리까지 높아지고 있어서다. 내 집 마련은 했지만, 자산증식은 거의 없고 매달 나가는 이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30대 직장인 최모씨는 최근 금리 인상 소식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초 가능한 모든 대출을 끌어모은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로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에 내 집을 마련했다. 서울에서 전세로 살던 중 집값이 급등을 거듭했고, 주변 친구들이 집을 사면서 불안감에 경기도에서 내 집을 장만했다. 최씨가 8억원대에 매입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노선 추가 정차 소식에 실거래가가 12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등했다.

내 집 마련과 함께 자산 증식에 성공했다고 자부했지만,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작년말부터 주춤했던 집값은 올해들어 하락하더니, 이달 3일에는 7억원대에 거래가 이뤄졌다. 그는 "지난달에도 고층 매물이 8억원 초반에 팔렸다. 지난해 매수한 가격 아래로 내려왔다고 봐야 한다"며 "월급 절반 이상을 금융비용으로 내는데, 집값은 내려가고 금리는 오른다는 얘기를 들으니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최씨를 비롯해, 지난해 집값 급등기 내 집 마련에 나선 2030 영끌족은 집값 하락과 금리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아파트 매매 건수 총 32만7992건 가운데 36.3%인 약 11만8000건은 20대와 30대들이 사들였다.

2030 영끌족, 지난해부터 경기도 아파트 12만채 사들여
지난해보다 거래량이 크게 줄어들긴 했지만, 올해에도 1~4월 전국에서 내 집을 마련한 2030은 3만4721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약 4분의 1인 8204명이 경기도에서 집을 샀고 평택(998명), 고양(763명), 수원(716명), 용인(619명), 화성(574명), 시흥(446명) 등에 집중됐다. 지난해와 올해 1~4월에 걸쳐 2030 영끌족이 사들인 경기도 아파트만 12만채를 웃돌았다.

이들이 경기도에 집을 마련한 이유는 서울보다 집값이 낮은데다 대출도 비교적 원활히 받을 수 있어서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가격 동향 시계열 통계에서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7818만원으로 집계됐고 같은 기간 경기도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6억2428만원이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7709만원이었는데, 서울에서 전세를 살 돈이면 경기도에서 내 집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 경계인 9억원 이하, 실거주 서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인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6억원 이하 아파트들도 경기도에 있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이 멈추면서 최근들어 분위기는 좋지 않은 상황이다. 올해 들어 경기도 집값은 0.43% 하락했다. 그중에서도 서울과 가까우면서 2030 매수세가 몰린 시흥(-2.41%), 화성(-2.33%), 수원(-1.09%), 용인(-0.99%) 등은 하락 폭이 더 크다.

가격이 1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곳도 적지 않다. 시흥시 대야동 '은계어반리더스' 전용 74㎡는 이달 10일 5억8000만원에 팔리면서 6억9500만원까지 올랐던 지난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지난해 1월 6억원보다도 저렴해졌다. 화성시 반송동 '동탄나루마을한화꿈에그린' 전용 96㎡는 이달 17일 6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기록한 7억5700만원에 비해 1억2700만원 떨어졌고, 2020년 12월의 6억2000만원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1년 전으로 내려간 가격…매수자들은 "아직도 비싸다"
집값이 크게 떨어졌지만, 매수자들은 여전히 관망세라는 게 일선 중개업소들이 분석이다. 화성시 오산동의 A 중개업소 관계자는 "경기도에서 화성 집값이 가장 많이 빠졌다"며 "매물을 내놓은 집주인들은 호가를 낮추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금리가 오르면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며 외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상승도 부담이다. 금융비용이 늘어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1.50%에서 1.75%로 올렸다.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기 때문인데, 한국은행 내부에서는 '중립금리' 이상의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립금리는 경기를 과열 또는 위축시키지 않는 적정 수준의 금리를 뜻한다. 시장에서는 2% 중후반을 중립금리로 보고 있는데 이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도 올해 말 8%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연 4.330∼7.140% 수준이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도 연달아 오르게 된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가 1.00~1.25%포인트 오르면 대출 금리도 8%를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의왕시 포일동 B 중개업소 관계자도 "몇 달 만에 가격이 수억원 떨어진 거래가 체결되니 집주인들의 충격이 크다"면서도 "급매물이 나와 매수자들에게 전화해도 더 싼 매물을 기다리겠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집값이 큰 폭으로 뛰기 이전인) 2019년 가격을 거론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생애 최초 LTV 상한을 80%로 완화하는 등 대출 확대에 나섰지만, 금리 인상으로 경제환경이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비용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기에 (매수자들이) 적극적으로 대출받기도 어렵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국내 시장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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