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 없이도 치명적인 '헤어질 결심'…왜 '깐느박'인지 증명 [종합]

입력 2022-06-21 18:12   수정 2022-06-21 18:17


자극적인 요소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감정의 민낯은 그 어떤 작품보다 밀도 있다. 독특한 시선으로 연출되는 분위기, 예기치 못한 순간 등장하는 유머, 노출 없이도 매혹적인 캐릭터.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의 이야기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 영화는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박찬욱 감독에게 안긴 작품이며 공식 데일리지인 스크린 인터내셔널 평점에서 올해 상영작 중 1위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헤어질 결심'은 전형적이지 않은 이야기에 박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 감정적 대치 등을 통해 독보적이고도 매혹적인 '수사 멜로극'이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수사 과정의 팽팽한 긴장 가운데 서로에게 특별한 호기심과 의외의 동질감을 느끼는 두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담아내 서스펜스와 멜로를 넘나드는 신선한 영화적 재미를 부여했다. 파격과 금기를 넘나드는 강렬한 소재와 표현을 구사하던 박 감독의 전작과는 완전히 결이 다른 작품 세계였다.


21일 열린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박찬욱 감독은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라 이해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보겠다고 했더니 주변에서 '노출도 굉장하고 그런 영화겠군요'라더라. 그래서 반대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어 "어른들의 이야기라 휘몰아치는 감정보다 은근하게 숨겨진 감정에 집중하는 영화를 하려고 했고, 자극적인 부분은 낮춰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전과는 다르게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그러면서 "폭력이나 섹스 등 강렬한 이야기를 하는 작품도 준비 중이나 우리가 젊을 때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러기 어렵다. '헤어질 결심'은 이런 형편에 놓인 두 사람이 노골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전달할지 고민하고, 참기 힘든 감정을 들키지 않고 감추려고 하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탕웨이는 탕웨이만이 가능한 캐릭터와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남편을 잃었지만 슬픔을 드러내거나 동요하지 않는 중국인 서래 역을 연기한 그는 서툰 한국어지만 예상치 못한 표현과 답변으로 말문을 막히게 하면서도 자신은 태연함을 잃지 않는 미스테리한 모습을 표현했다.


탕웨이는 "서래를 해석할 때 오히려 감정을 안으로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감독의 연출과도 맞았던 것 같다"며 "생활에서 굉장한 고난을 겪었기에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고 해도 숨길 수밖에 없는 여자다. 숨기는 것을 표현함으로써 다가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한국어 대사에 대해 "한국어를 잘하지 못한다. 솔직히 하나도 못 한다"면서도 "모든 대사를 외워 연기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소리 없이 감정을 표현하면서 인물을 더 잘 드러내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며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배우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탕웨이는 또 "연기를 위해 기초적인 것부터 배웠지만 생활 한국어를 못했다. 고급 한국어만 할 줄 알게 됐다"며 웃었다. 이어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생활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며 "한국어로 대사를 말하면서도 중국어로 생각했다. 독특한 경험이었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머릿속이 굉장히 바빴을 텐데 어떻게 평온하게 표정을 유지하는지 놀라웠다"고 거들었다.

박해일은 예의 바르고 품위 있는 형사 해준 역을 연기해 색다른 매력을 드러냈다. 그는 사건에 매달려온 흔들림 없는 형사이지만 서래를 만난 후 서서히 휘몰아치는 감정에 빠진다. 이런 감정을 단단한 내공과 세밀한 연기로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는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 모호하고 미묘한 감정의 순간을 만들었고, 박 감독이 제게 지지를 많이 해줬다"며 "그 기운을 받아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었고 탕웨이와의 호흡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말했다.


'헤어질 결심' 후반에는 개그우먼 김신영이 해준의 후배 형사로 깜짝 출연해 눈길을 끈다. 박 감독은 김신영의 '행님아' 시절부터 팬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코미디를 잘하는 사람은 보통 다른 연기도 잘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며 "확신을 가지고 캐스팅했는데 그 이상으로 잘해준 우리 영화의 보배"라고 칭찬했다.

박 감독은 또 "김신영 씨가 바빠서 할지 모르겠지만 다른 감독들도 기회를 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박해일은 김신영 캐스팅 소식에 무릎을 '탁' 쳤다고 털어놨다. 그는 "신의 한 수"라며 "무대 위에서 남들을 즐겁게 해주는 배우이니 연기에 대한 걱정도 없었다. 진지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고 거들었다.

탕웨이는 앞서 칸 영화제 당시 "박찬욱 감독이 내 인생의 일부분을 완성했다"고 말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삽입곡 '안개'가 극장에 울려 퍼질 때 느꼈다"며 "박 감독이 내 인생의 소중한 한 부분에 있어 안정된 무언가를 채워주셨구나! 그런 느낌을 안겨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똑같은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개봉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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