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시장 '큰손' 기관투자자, 암호화폐 2년새 22배 폭증…"금융 불안" 경고

입력 2022-06-23 14:58   수정 2022-06-23 15:37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큰손'으로 떠오른 기관 투자자들이 최근 2년 사이 코인 보유량을 22배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보다 자산 규모와 증가율 모두 압도적으로 높다.

기관 투자자들의 코인 시장 진입은 암호화폐가 전통 위험자산인 주식, 특히 기술주와의 동조화(커플링)가 깊어진 주요 원인으로도 꼽힌다. 그만큼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시장 사이 상관성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인 국제결제은행(BIS)는 "루나·테라USD 사태를 비롯한 일련의 사고는 암호화폐의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크립토 시스템의 충격이 (전통 금융시장에도) 파급 효과를 미칠 수 있다"며 규제를 촉구했다.
"법정화폐에 얹혀가려는 스테이블코인, 태생적 한계"
BIS는 23일 '2022년 연례 경제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미래 통화 제도(The future monetary system)'를 주제로 한 보고서를 수록했다. 암호화폐와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의 구조와 특성, 장단점과 리스크 등을 조목조목 분석하고 어떻게 규제·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담은 보고서다.

BIS는 암호화폐 중에서도 최근 루나 폭락 사태로 취약성을 드러낸 스테이블코인의 구조적 한계를 집중 분석했다. 스테이블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달러와 같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한 암호화폐를 말한다. 테더, USD코인 등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가총액은 현재 약 1518억달러(약 197조4400억원) 규모다. 루나 사태 직전인 지난달 초에는 1820억달러(약 236조7000억원)에 달했다.

BIS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 낮은 유동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면서도 "스테이블 코인이 유행하는 것은 암호화폐가 중앙은행이 발행한 화폐의 신뢰성에 얹혀가고 싶어하는 수요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나 유로화, 중국 위안화 등에 연동해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총 1위인 테더는 최근 영국 파운드화에 가치를 고정한 코인을 다음달 선보이겠다고 선언했다. BIS는 "스테이블코인이 중앙은행 화폐의 신뢰성을 수입해야만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암호화폐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탈중앙화 없는 '탈중앙화 금융'

BIS는 '법정화폐의 대안'을 자처해온 암호화폐가 그 핵심인 탈중앙화 내러티브와는 달리 규제 밖에 있는 중앙화된 중개인에게 의존하고 있다고도 했다. 이용자가 예치한 코인에 대한 통제권을 쥔 중앙화된 암호화폐거래소에 거래가 몰리는가 하면,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들의 투표로 주요 결정이 이뤄지는 디파이 생태계 등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2020년 이후 중앙화된 거래소(CEX)가 급성장하면서 최근 1년간 바이낸스·코인베이스 등 주요 대형 거래소 세 곳에서 매주 발생한 암호화폐 거래량은 평균 2002억달러에 달했다. 매주 평균 거래량이 10억달러에 그친 탈중앙화 거래소(DEX)의 200배 규모다. 탈중앙화 거래소는 중앙 집중식 중개자 없이 개인끼리 거래할 수 있는 곳이다.

보고서는 "중앙화된 거래소에 거래가 몰리는 것은 시장의 집중화를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디파이 탈중앙화의 허상"이라고 꼬집었다.
전통 금융의 암호화폐 익스포저 급증
"스테이블코인 급락하면 은행도 타격받을 수도"
BIS는 "'동일 행위, 동일 리스크, 동일 규제'의 원칙으로 규제차익을 해소해야 한다"며 암호화폐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규제 방안도 논의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해서는 그 역할이 수신기관이나 머니마켓펀드(MMF)와 비슷한 만큼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주체는 엄격하게 관리감독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은행이나 기관 투자자 같은 전통 금융시장 참여자들의 암호화폐 익스포저(위험노출)가 높아지면서 금융 안정성에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헤지펀드나 투자자문사 같은 비은행 투자자들은 이미 암호화폐 시장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BIS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미국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자산 가운데 기관투자자 보유분은 1340억달러(약 174조3200억원)에 달했다. 2020년 1분기 60억달러(약 7조8000억원)에서 22배로 폭증했다. 개인투자자 자산은 같은 기간 11배 증가한 1230억달러(약 160조원)였다.

은행의 경우 직접 암호화폐를 보유하거나 관련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BIS에 따르면 씨티·골드만삭스·JP모건·모건스탠리·스탠다드차타드·UBS 등 세계 주요 대형 은행 13곳의 암호화폐 관련 기업 투자액은 총 29억9000만달러(약 3조9000억원)였다. 이들 은행의 기본자본(tier 1)의 0.14~1.62% 수준이다.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는 게 BIS의 지적이다. 정기예금 같은 은행 예수부채가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담보자산으로 활용되면서 은행의 간접적인 익스포저는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급락하면 은행 유동성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인들이 은행에서 조달하는 자금은 늘고 있다"며 "은행의 암호화폐 익스포저에 대한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앙은행 CBDC가 중심이 돼야"
BIS는 암호화폐 같은 디지털화폐만이 가진 장점을 취해 현재 통화제도를 보완하되, 그 중심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CBDC)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이 담보하는 신뢰와 책임성, 윤리성 등이 필수적이란 얘기다.

보고서는 "미래의 통화제도가 나무라면 그 몸통은 중앙은행이 돼야 한다"며 "CBDC는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의 장점과 기능은 그대로 수행하면서 리스크와 한계는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 거래를 미리 짜여진 코드에 따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고, 분산원장 시스템에서 화폐를 토큰화할 수 있는 역량 등은 암호화폐의 장점이다.

신현송 BIS 국장은 "혁신은 단순한 유행어나 트렌드가 아니며 실물 경제 참여자들의 확실한 수요에 부응해야 한다"며 "(중앙은행의 기반 위에서) 민간 암호화폐 생태계가 더 잘 자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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