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림 '푸드로드' 익산공장 가보니…"반도체공장 같네" [르포]

입력 2022-06-23 21:00  

“마치 반도체 공장을 보는 것 같네요.”

6월 초 찾은 전북 익산 소재 하림의 식품 제조공장에서는 닭고기 가공식품이나 라면, 즉석밥 등 다양한 식품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라인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은 공장 내부에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조리·가공 등 수십 가지 공정을 자동화한 덕에 라인당 필요 인력은 1~2명에 불과하다. 컨베이어벨트 양쪽에 수십명씩 늘어서 기계 사이로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는 장면은 옛말이었다. 그나마 몇 안되는 작업자들은 불량품을 선별하는 등 수작업보다는 검사 단계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최첨단 자동화 설비들이 즐비한 공장에 장갑과 마스크는 물론 전신을 감싸는 방진복을 착용한 작업자들을 보자 마치 마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것 같았다. 마지막 포장 단계에선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만 이전 공정들은 대부분 자동화 설비들로 대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림 푸드 트라이앵글’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에는 13만5445㎡ 규모의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와 즉석밥·라면·육수 등을 만드는 ‘퍼스트키친’(12만3429㎡),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인 ‘푸드폴리스’(5만3623㎡) 등이 있다. 세 곳의 주요 생산설비가 각각 직선거리 10㎞ 안팎의 삼각형 모양으로 조성돼 이 같은 명칭이 붙었다.

이 중 닭고기 종합처리센터와 퍼스트키친 내부를 둘러볼 수 있었다. 공장을 찾은 날은 30도 이상의 여름 날씨였다. 공장에 들어서자 에어컨을 틀지 않았지만 서늘했다. 식품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작업장 온도가 낮게 설정된 덕이었다. 도계 공장에 가면 흔히 맡을 수 있는 닭 냄새는 맡아볼 수 없었다. 당일 도계된 닭고기를 신속하게 제품으로 만들어서다.

하림은 이 곳을 2017년부터 3년간 2600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했다. 비용 중 절반 이상을 동물복지 시스템 구축에 썼다. 전 공정에서 이 시스템이 작동한다. 원가가 많게는 10배 이상 늘 수 있지만 도계 과정에서 닭의 고통을 줄일 수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는 신선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식품 제조 환경의 청결도도 유지된다.


구체적으로는 하림 공장에선 일반 도계 공정에서 이용하는 철망 케이지 대신 판으로 된 이동장으로 닭을 이송한다. 전기충격 방식으로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로 도살하지 않는다. ‘가스스터닝’ 방식을 도입해 이산화탄소(CO2)로 닭을 잠재우고 도계 작업을 시작한다. 가실신한 닭이 편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공장 내부 역시 어두운 조도로 설정돼 있다.

물 대신 공기를 사용해 닭고기를 냉각하는 ‘에어칠링’ 기술도 도입했다. 전체 220분에 달하는 도계 공정 중 200분이 에어칠링 단계다. 최장 7㎞의 레일을 지나며 닭고기의 온도를 2도까지 떨어뜨린다. 박테리아나 바이러스를 제거해 무균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다. 대부분 도계 공장들이 물속에 닭을 넣고 약 50분 동안 헹구는 작업을 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닭은 물을 먹게 된다. 닭 무게의 7~8%에 해당하는 수분을 함유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하림에서 사용하는 에어칠링은 물을 이용한 기법 대신 닭의 피부가 쪼그라든 것처럼 보이지만 습기를 머금고 있지 않아 신선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림 관계자는 “'신선한 식재료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고, 최고의 맛이 아니면 출시하지 않는다'는 식품 철학으로 회사를 운영 중”이라고 설명했다. 원물에서부터 공을 들인 재료로 가정간편식(HMR), 가공식품 등을 만들어 이같은 측면이 가격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퍼스트키친에서 생산되는 프리미엄 제품인 '장인라면'과 즉석밥 제품 '더미식밥' 등이 그렇다. 장인라면은 한 봉에 2200원짜리다. 시중 라면보다 3배가량 비싼 값에 출시됐다. 더미식밥(백미밥 210g 기준)도 2300원으로, 동일 용량의 햇반(1850원)보다 가격이 높게 책정됐다.


맛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라면은 물이 아닌 하림의 닭고기 육수를 사용해 반죽한다. 하루 20시간 이상 가동하는 육수 제조 과정엔 인공 부재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버섯과 양파, 마늘 등 채소만 끓여 농축해 액상 스프를 만들었다. 라면은 120℃ 이상 열풍으로 건조하는 'Z-노즐' 공법으로 건조했다. 일반 유탕면처럼 기름에 튀기지 않지만 식감을 살릴 수 있는 기술이다.

첨가제 없이 물과 쌀로만 만들어진 더미식밥은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클린룸을 도입해 생산 중이었다. 화학 보존제를 넣지 않고 6개월 이상 제품을 보존하기 위해선 공기 내에 있는 미생물을 원천 차단해야 해서다. 회사 측은 “공장 내부는 가로·세로·높이 1세제곱피트(약 28.3ℓ) 정육면체 공간 내 직경 0.5㎛(1마이크로미터=0.001㎜) 크기 부유물이 100개 이하”라고 소개했다. 의약품 공장 수준으로 공기상태가 깨끗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더미식밥은 즉석밥 시장에서 점유율 10% 확보가 목표다. 코로나19 이후 가정에서 식사하는 비중이 늘면서 보관과 조리가 쉬운 가정간편식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공사(aT)에 따르면 즉석밥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약 5274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문경민 하림지주 전무는 “고품질의 식품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에 100% 국내산 쌀과 물만을 넣어 만들었다”고 말했다.

익산=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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