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보드 타던 아이가 없어졌어요"…'아이 실종' 대비하는 1분 [오세성의 아빠놀자]

입력 2022-06-25 07:31   수정 2022-06-25 07:39


여유롭게 늦잠을 자던 휴일, 먼저 깨어난 딸아이가 다가와 "아빠! 아빠!" 부르며 잠을 깨웁니다. 정신을 차려 일어난 뒤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고 물을 주고 세수시킨 뒤 아침밥을 먹이는 일과를 마치니 딸아이가 현관으로 나가 문을 두드리네요. 산책하러 가자는 신호입니다. 아이의 성화에 간단한 준비를 하고 동네 놀이터를 다녀오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기어 다니기 바빴지만, 15개월이 된 지금 유모차보다는 제 발로 동네를 누비는 걸 더 좋아합니다. 아장아장 걷는 모습이 불안한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뜀걸음도 곧잘 합니다. 물론 흥분하면 이내 넘어지기에 탄성 매트가 깔린 놀이터나 잔디가 깔린 공원, 인조잔디 운동장 등 바닥이 푹신한 곳 위주로 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걸음에 자신감이 붙었는지 엄마·아빠의 손도 놓고 걷겠다고 합니다. 혼자 두 팔을 위아래로 휘저으며 어디론가 열심히 걷다가 개미나 돌멩이를 발견하고 주저앉아 구경하는 모습을 보면 피식 웃음이 나옵니다.

길가에 흥미롭고 신기한 것이 많아서인지 가끔은 부모가 불러도 다른 곳으로 가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계속 지켜보다 일정 거리가 넘어가면 아이를 안고 데려옵니다만, 잠시 한눈을 팔았다간 아이를 잃어버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각만 해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네요.

통계를 찾아보면 부모가 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실종아동 신고는 2만1379건이 접수됐습니다. 하루 58건꼴로 실종아동 신고가 발생한 것입니다.

그해 실종아동 발견율은 99.4%에 달했지만, 1년 이상 찾지 못해 실종 상태로 남아있는 사례도 871건(4월 기준)이라고 합니다. 올해는 실종아동 신고가 더 늘어 하루 평균 63건을 넘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줄면서 야외활동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입니다.

사전에 주의를 잘 기울여 아이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 최선입니다만, 실종 신고가 많은 것을 보니 혹시 모를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알아보니 경찰에서 운영하는 '사전 지문등록제도'가 있었습니다. 아동이나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 치매 노인의 실종에 대비해 경찰 시스템에 지문과 얼굴 사진, 보호자 연락처 등의 신상 정보를 미리 등록하는 제도입니다.

경찰의 '안전드림(Dream)' 애플리케이션(운영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집에서도 지문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본인 인증을 거치면 아이의 신상 정보와 지문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신상 정보 등록까지의 절차는 손쉬웠습니다만, 아이 손을 잡고 지문 사진을 찍으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앱으로 지문을 등록하려면 스마트폰으로 손가락 사진을 찍어야 합니다. 작디작은 아이 손가락 사진을 또렷하게 찍으려면 밝은 장소에서 작은 움직임도 없이 촬영해야 하는데, 어린아이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스마트폰 카메라 렌즈 겉면에 금이 갔다거나 화질이 낮다면 더 어렵겠죠. 사진을 찍어도 누가 확인해주는 것이 아니기에 제대로 찍었는지 불안이 남습니다.

보다 편하고 확실하게 지문을 등록하러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기다릴 필요도 없이 민원실 창구에서 바로 지문을 등록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 손가락에 지문 스캐너를 대니 순식간에 끝나더군요. 스마트폰으로 등록하겠다고 아이를 붙잡고 낑낑댄 게 허무할 정도였습니다.

경찰서에 방문해 등록할 때는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을 가져가야 합니다. 다만 안전드림 앱에서 지문등록을 위한 개인정보와 신상 정보 입력을 마쳤다면 가족관계증명서가 없어도 방문 등록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군포경찰서 여성청소년계 손지원 경사는 "하루 1분 이상은 이렇게 경찰서에 방문해 지문을 등록한다"며 "일선 경찰서, 지구대, 파출소 어디서든 지문등록이 가능하니 가까운 곳에 가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방문해 지문 등록을 받기도 합니다. 손 경사는 "최근 몇 년은 코로나19 탓에 조심스러워진 측면이 있었다"며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지문등록을 위한 어린이집 방문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손 경사는 지문 사전등록이 아이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찰이 길 잃은 아이를 보호하더라도 아무 정보가 없다면 가족을 찾아주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부모의 연락처나 집 주소 등을 말해야 하는데, 어리거나 장애가 있어 말을 하기 어렵다면 경찰도 뾰족한 방법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그는 "버스에 발달장애 아동이 혼자 있다는 신고를 받아 출동한 일이 있다"며 "아이에게 부모님 연락처와 집 주소를 물어도 대답을 어려워했는데, 다행히 지문이 등록되어 있어 바로 가족에게 인계할 수 있었다"고 경험담을 소개했습니다.

엄마와 산책을 나왔다가 킥보드를 너무 재미있게 타는 바람에 보호자를 따돌려 미아가 된 아이도 있었다고 하네요. 아이가 놀라고 겁을 먹어 말을 하지 못했는데, 이 경우에도 지문이 등록됐던 덕분에 곧바로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합니다.

지문 사전등록은 의무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지문을 등록하지 않은 아이도 많습니다. 지난해 기준 아동의 사전 지문등록 비율은 59%에 그쳤습니다. 10명 중 4명은 등록되지 않은 셈입니다.

손 경사는 경찰이 어린이집을 방문할 때도 5~10% 내외의 아이는 보호자의 반대에 지문을 등록하지 못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문 등록으로 아이의 생체정보가 노출된다고 거부감을 표하는 보호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손 경사는 "사전 지문등록은 의무가 아니기에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할 수 있다"며 "지문을 등록하더라도 중간에 보호자가 삭제 요청을 하거나 아이가 18세가 되면 폐기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를 잃어버린 순간의 아찔함과 아이가 느낄 두려움을 생각해 많은 분이 사전등록 제도를 이용하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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