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해변 끝자락에는 462개 객실, 지상 20층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 ‘오션스테이 양양’ 건물이 올라가는 중이다. 2020년 착공해 올가을 준공을 앞두고 있다. 맞은편에는 올해 초 착공한 생활형숙박시설 ‘웨이블런트 양양’(408개 객실, 지상 20층) 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인구해변 반대편 끝에선 호텔 코랄로(42개 객실, 지상 4층)도 착공에 들어갔다. 호텔 브리드는 지난해 죽도산 아래에 들어서 문을 열고 성업 중이다.
현남면에서 20년간 공인중개업을 했다는 G공인 관계자는 “최근 5년 새 서핑숍, 술집 등이 해수욕장 주변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여행객들이 밀려오고 있다”며 “민박, 여관 등 동네 수요론 턱도 없을 정도의 숙박 수요가 생겼고, 대형 숙박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릉 송정해변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강릉 신라모노그램’이 공사에 들어갔다. 783개 객실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과 300개 객실 규모 호텔이 동시에 지어지며 ‘해변 관광 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들에 따르면 워커힐호텔은 송정해변 바로 옆에 있는 안목해변 인근에 새 호텔을 짓기 위해 일부 부지를 사들였다. 속초시 조양동 일원에도 하운드 속초 블루스테이, 속초 하워드존슨 등 대규모 생활형숙박시설이 들어서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속초시 땅값 상승률은 5.983%로 강원 지역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양, 강릉 등 동해안에 대형 숙박시설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이곳이 최근 MZ세대의 새로운 여행 중심지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양양과 강릉은 서핑 마니아들의 성지로 손꼽힌다. 2017년 서울~양양 고속도로, KTX 강릉선(서울~강릉 구간) 등 교통 인프라가 확충된 게 발단이 됐다. 양양군에 따르면 양양군 내 서핑숍은 2015년 24개에서 지난해 85개로 급증했다.
서핑 인구 증가는 해변에 MZ세대 취향을 저격하는 음식점, 술집, 클럽 등이 들어서게 했다. 새로운 유형의 여행 문화가 형성되면서 양양은 물론 강릉, 속초로 비슷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
호텔 브리드 객실 가동률은 극성수기인 지난해 7, 8월 각각 45.7%, 58.6%를 기록한 데 비해 올해는 준성수기인 6월에 이미 79.5%를 달성했다. 호텔 브리드 관계자는 “영업시간 제한이 풀리면서 놀거리가 많아졌고, 사람들이 더 몰리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도 호황을 누릴지는 미지수다. 시설포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양양에 운영되고 있는 생활형숙박시설은 11곳이다. 작년과 올해에만 인허가가 난 시설이 13개로 기존 숙박시설 숫자를 뛰어넘는다. 현재 인허가가 검토 중인 곳도 6곳에 달한다.
엔데믹이 본격화되면 해외여행 수요 증가에 따른 국내 여행 수요 감소도 변수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속초, 양양, 강릉 등 동해안 도시들의 숙박시설 과잉 공급 우려가 감지되고 있다”며 “지자체들이 세원 문제로 공급 증대에만 매몰될 수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양·강릉=구민기/최진석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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