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현상에 붕괴하는 日 농가, 자민당 선거 판세 바꾸나

입력 2022-06-27 11:11   수정 2022-07-27 00:02


엔저(低)현상과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상승)에 시달리는 일본 농업인의 분노가 집권당인 자민당을 향하고 있다. 조직력이 견고한 농업인들이 돌아서면 다음 달 10일 치러지는 참의원(상원) 선거에서 여당의 지지율이 꺾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는 수십 년 동안 일본의 집권여당인 자민당을 지지해 온 농업인들의 민심이 요동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역사적인 엔저현상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경제적 부담이 불어나서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집권하며 자유무역주의를 주창했을 때도 자민당을 지지했던 일본 농업인들의 지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올해 들어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에 옥수수, 밀 등 사룟값이 폭등한 데다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농기계 원료비와 비료 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여기에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며 엔저 현상이 지속되자 농업인들의 비용 부담이 불어났다. 일본의 한 축산업자는 “매달 매출로 1000만엔(약 9539만원)을 기록했지만, 수입의 80%를 돼지 사룟값으로 지출하고 있다”며 “적자가 지속된 탓에 생계를 유지하려 비상금 대출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농림부 관료를 역임한 야마시타 가즈히토 캐논 국제연구소 연구책임자는 “올해 비료와 살충제, 연료 등 농사에 드는 비용이 급증하자 농가 수입이 대폭 줄었다”며 “엔저현상으로 수입 비용이 불어난 농업인들은 자민당 지지를 철회하는 모양새다. (자민당이) 농가를 적으로 돌리지 않으려면 회유책을 내놔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0년 동안 일본 농촌에서 자민당 지지를 철회해왔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 시절 자유무역을 주창하며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와서다. 수입 농산물에 관한 장벽이 낮아지며 농가 수입이 해가 갈수록 감소했다. 직업을 세습하며 정치 성향을 바꾸지 않는 일본 농가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특히 농업인구의 70%가 65세 이상 고령층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이 자민당의 골수 지지층인 걸 감안하면 참의원 선거 이탈표가 상당할 거란 예상이 나온다.

여론조사는 아직 자민당의 편이다. 지난 22~23일 교도통신은 내부 여론조사를 인용해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과반을 점유할 거라고 보도했다. 다만 내각 지지율은 하락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이달 실시한 조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6%포인트 줄은 60%로 집계됐다.

일본 농업인들이 정치권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130만여명인 농업인이 일본 전체 유권자 수(약 1억 562만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대에 불과하다. 하지만 농업협동조합이 지닌 조직력과 자금은 일본 내에서 막강한 지위를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일본 농협(JA 그룹)이 각종 로비를 통해 강력한 정치세력을 형성했다고 분석했다.

일본 농협이 운용하는 농업인 자금 규모는 101조 8213억엔(약 971조원)에 달한다.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자민당의 자금줄 역할을 맡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10년 동안 자유무역 기조를 근거로 농업 지원금을 삭감했지만, 여전히 보조금 비중이 크다. 일본 농가 수입의 41%가 정부 보조금으로 이뤄져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2배를 넘는 수치다. OECD에 따르면 2018~2020년 일본 농가의 판매가격은 국제시장가보다 60% 높았다.

일본 경제학자들은 더 이상 농업 지원을 늘릴 수 없다고 진단한다.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된 일본 농가에 보조금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는 비판이다. 로이터는 “자민당이 주요 유권자 세력을 놓치지 않으려 농가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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