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 무더위를 식히기에 계곡만한 곳이 없다. 시원한 계곡물에 몸을 담그고, 푸른 나무가 만들어준 그늘에서 누워있으면 더위는 물론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까지 날려 보낼 수 있다. 도심을 벗어나 가족과 연인, 친구들과 소중한 추억을 남길 수 있는 충북 지역 계곡을 소개한다.
하안암에는 어른 수백 명이 한 번에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와 바위에 올라앉은 집채만한 공 모양의 바위, 산을 깎아지른 절벽 바위, 바위틈을 비집고 자란 소나무,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 없는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중선암에는 크지 않은 바윗돌이 올망졸망 모여 있고 산 그늘을 안고 흐르는 계곡물이 흐른다. 상선암에는 수십m의 절벽이 하나의 산을 이루고, 그 아래 계곡물이 호탕하게 흐른다.
절벽 틈새에 뿌리내린 소나무의 장엄함과 계곡물이 만들어 낸 물결에 햇볕이 부서지는 모습을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주변에는 한때 달력 사진으로 유명한 사인암이 있다. 선암계곡 물줄기를 거슬러 가다 보면 도예촌 방곡리가 나오고 단성면에 적성산성이 있다. 인근에는 짚와이어와 스카이워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만천하스카이워크가 있다.
크고 작은 암반 바위가 계곡 전체에 걸쳐 이어진다. 계곡 절경마다 물결이 일렁이고, 물살은 통쾌하게 바위에 부서진다. 계곡 하류 절벽에는 신선들이 사는 곳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의미하는 ‘선유동문(仙遊洞門)’ 글자가 새겨져 있다. 선유동문, 경천벽, 학소암, 연단로, 와룡폭, 난가대, 기국암, 구암, 은선암 등 선유9곡의 이름은 ‘선유동 아홉 달 살기’를 했던 퇴계가 지은 것으로 전해진다.
쌍곡구곡은 괴산 칠성면 쌍곡마을에서 청천면과의 경계인 제수리재까지 10㎞의 길고 가파른 계곡이다. 보배산 칠보산 군자산 비학산 등 험준한 산등성이에서 흐르는 물은 맑고 시원해 매년 많은 휴양객이 찾는다. 기암괴석과 노송이 어우러진 소금강휴게소 주변 풍광도 빼놓을 수 없다. 화양구곡도 괴산의 대표 피서지로 유명하다. 조선시대 노론의 영수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으로 1곡에서 9곡까지 물줄기가 넓고 시원하다.
옥천으로 흐른 계곡물은 장령산휴양림 앞에서 수량이 많아진다. 군은 금천계곡 하류에 보를 막아 놓아 물이 일정한 깊이를 유지하도록 했다. 하늘을 찌르는 절벽도 없고, 거대한 기암괴석도 없지만 편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계곡 한쪽에 가지를 늘어뜨린 나무들이 그늘을 만들어 돗자리만 깔면 한여름 땡볕에도 더위를 피할 수 있다.
금천계곡을 따라 3㎞ 구간에 조성된 ‘치유의 숲’은 대부분이 평지로 가볍게 산책하기 좋아 노인과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 장령산휴양림에서 시작되는 등산로를 따라 등산을 할 수 있고 임도를 따라 산책을 즐길 수 있다. 휴양림 인근에는 중봉 조헌 선생이 후학을 교육하던 서당인 ‘이지당’ 있다. 산책길 곳곳에는 옥천이 고향인 정지용 시인의 시를 감상할 수 있는 팻말이 설치돼 있다. 치유의 숲은 산 능선을 따라 4개 코스의 지용탐방로와 연결된다.
청주=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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