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 끝에···BTS가 되어 보기로 했습니다 [이태호의 어쩌다 창업]

입력 2022-06-30 09:29   수정 2022-06-30 10:17

[한경잡앤조이=이태호 올댓메이커 대표] 신설 스타트업 법인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신규 벤처투자 금액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요즘이다. 이처럼 외형적으로는 붐에 가까운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이 이뤄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 실제 로켓 성장으로 이젠 스타트업이라는 명판이 무색할 정도로 잘 나가는 기업도 언론에서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대다수의 초기 기업은 지금 이 순간에도 다음 달에 문을 닫아도 전혀 이상치 않을 만큼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 10곳 가운데 4곳은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하는 한계상황으로 내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의 전반적인 채무상환능력이 떨어지고 기업 간 차별화가 심화했으며, 빚으로 연명하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증가했다는 분석 기사를 접한 적이 있다. 변변치 않은 매출액과 큰 폭의 적자를 기록하며 정부지원사업과 외부투자자금으로 연명하는 것을 ‘좀비기업’이라고 한다면 상당수의 초기 기업이 이에 속할 것이다.



주변의 많은 기업이 버티지 못하고 폐업을 선언했다. 창업한 뒤 3년 동안 여러 미팅에서 만난 거래처의 홈페이지를 오랜만에 접속해보니, 이제는 업데이트는 물론 접속이 되지 않는 홈페이지가 많았다. 망하려고 창업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창업 전 기대했던 것이 창업 이후에 바로 나타날 턱이 없다. 컨설턴트는 누구보다 쉽게 사업재편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정작 본인이 그 안에 들어와 있으면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지금만 버티면 언젠간 사업계획서에 적혀있는 내용처럼 기회가 꼭 올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스스로 알게 모르게 ‘좀비’가 되어 가고 있다. 창업자 본인의 희생만으로 버티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는 것을 각자 스스로 잘 알고 있다. 일종의 데드라인 같은 것을 스스로 정해 놓은 다음 그 기간까지 사업 환경이 나아지지 않고 변변치 않으면 실패를 인정하고 쿨하게 접을 수도 있어야 한다. 사업을 시작할 때 그때는 맞았으나, 시간이 지난 현 시점에서는 맞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말처럼 쉬울 것 같아 보이진 않다. 창업자에게는 창업의 부산물들은 자식과도 같기 때문이다. 자신의 희생을 조금 더 연장하더라도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자식 같은 기업을 지키고 싶기에 말이다.

나에게도 이 사업을 접어야 하나 싶을 때가 있었다. 코로나19는 나에게 너무나 큰 악재였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나의 예상을 훨씬 넘어 지속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프라인 위주의 사업을 코로나19 이후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면서 나에게 수많은 피벗팅을 제안했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온라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한건 분명하나, 백화점이나 편의점 성장세를 보면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수요가 여전하다는 점이 입증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들도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채널이 필요한 만큼 온?오프라인 간 협업 방식은 한동안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조금 더 버텨보기로 했다.



BTS도 한때는 해체해야 하나 싶었을 때가 있었다고 한다. 역주행의 신화로 주목받은 ‘브레이브걸스’ 역시 해체를 앞두고 있었다. 내리막길 걷던 포도산업이 샤인머스캣으로 되살아났던 것처럼, 우리가 중도 포기가 아닌 끝까지 가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초기 기업은 대부분 망한다. 그리고 잘나가다가도 한순간에 망한다. 망하지 않기 위해 철저한 희생과 고생의 기간을 견뎌낸다. 이렇게 우린 또다시 연명한다. ‘좀비’가 아닌 ‘존버’라는 각오로 때를 기다리면서 말이다.

이태호 씨는 당구장 브랜드 ‘작당’을 운영하고 있다. 당구장 금연법 기사만 보고 무턱대로 흡연자들의 최후의 보루로 여기던 당구장이 금연법 시점으로 바뀔 것 같다는 촉 하나로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당구장 사업을 하고 있다.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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