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나노미터(㎚·10억 분의 1m)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정 생산에 돌입했다. 3나노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만들어 제품으로 공급하는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GAA(Gate-All-Around)’ 기술을 적용한 3나노 공정의 고성능 컴퓨팅(HPC)용 시스템 반도체를 초도 생산했다고 30일 밝혔다. 올 하반기 3나노 양산을 목표로 한 대만의 TSMC보다 한 발 앞서 3나노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달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삼성전자 평택공장을 찾았을 때 GAA 기반 3나노 시제품에 서명할 정도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최시영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하이 케이 메탈 게이트, 핀펫 등 신기술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빠르게 성장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초미세 공정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삼성이 업계 선두인 대만 TSMC를 따라잡을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양산을 계기로 삼성이 첨단 기술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어 하는 미국·유럽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3.6%, 삼성전자는 16.3%다.
채널을 얇고 넓은 모양의 나노시트 형태로 구현한 독자적 MBCFET GAA 구조도 적용했다. 나노시트의 폭을 조정하면서 채널의 크기도 다양하게 변경할 수 있고 기존 핀펫 구조나 일반적인 나노와이어 GAA 구조에 비해 전류를 더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설계에 유리하다.
삼성전자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기존 5나노 핀펫 공정과 비교해 전력을 45% 절감하고 성능은 23% 향상했으며 GAA 2세대 공정은 전력 50% 절감, 성능 30% 향상 효과를 거뒀다.
삼성전자의 3나노 양산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매출은 지난해 169억 달러로 2018년 이후 연 평균 약 13%씩 성장해 왔다. 파운드리 시장 연평균 성장률 12%를 웃도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약 100곳인 고객사를 2026년까지 300곳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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