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의 미래에셋 25년…자본 1700배 불렸다

입력 2022-07-01 17:20   수정 2022-07-11 16:08


“회장님.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마흔이 되기 전에 꼭 제 손으로 회사를 차리고 싶습니다.”

동원증권 서울 강남지점장으로 승승장구하던 39세의 박현주는 1996년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에게 사표를 냈다. 그의 능력을 알아보고 최연소 지점장과 임원 타이틀을 달아줬던 김 회장이 만류했지만 소용 없었다. 이듬해 7월 1일 서울 압구정동에 작은 사무실을 빌려 미래에셋벤처캐피탈을 설립했다. 국내 최대 증권사(미래에셋증권)가 속해 있는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이처럼 안정된 직장과 연봉을 뿌리친 박현주의 ‘무모한 도전’ 덕분에 탄생했다.
M&A로 급성장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사진)은 1일 창립 25주년을 맞아 1만2000여 명의 국내외 임직원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는 “앞으로도 미래에셋의 성장 스토리는 계속돼야 한다”고 썼다. 한 경쟁사 임원은 “미래에셋증권을 한국에서 가장 큰 증권사로 키워냈음에도 도전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자본금 100억원으로 창업했다. 지난해 말 기준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자기자본 규모는 17조4000억원에 달한다. 25년 사이 1700배가 불어났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이 20여 년 만에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덕분이다. 미래에셋증권이 2016년 대우증권을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미래에셋증권이 인수가로 2조4000억원을 써냈을 때 업계에서는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그럼에도 박 회장은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든 매물’이란 생각에 인수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에셋증권은 대우증권과의 합병 4년 만인 2020년 국내 증권사 최초로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자기자본이 10조원을 돌파하는 등 한국의 증권사(史)를 다시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시장 개척 선구자
미래에셋금융그룹은 해외에서도 공격적인 M&A를 했다. 2011년 캐나다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호라이즌스를 1400억원에 인수했고, 2018년에는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X를 5200억원에 품었다.

글로벌X 인수 시에도 “비싸게 샀다”는 시각이 있었지만 세계 ETF 시장이 커지며 현재 이 회사 몸값은 2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호주 ETF 운용사 ETF시큐리티스를 1200억원에 인수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홍콩 자회사인 ETF홀딩스가 지분 55%를, 글로벌X가 45%를 인수하는 구조다. 해외에서 번 돈만으로 회사를 인수할 만큼 해외 사업이 잘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0개국에 ETF를 상장했는데, 총 순자산 규모가 101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 ETF 시장 규모(74조원)보다 크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해외법인 순이익(세전 기준)이 2017년 348억원에 불과했지만 2019년에는 1709억원으로 국내 증권사 중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2020년부터 작년까지는 2년 연속 2000억원을 넘어섰다.

박 회장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고객동맹을 실천하고 있는 세계 임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고마움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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