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님’ 자 사용 금지가 촉발한 우리말 존대어 논란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민간 기업에선 이미 20여 년 전부터 ‘호칭 파괴’를 꾸준히 전개해오고 있다. CJ그룹은 2000년부터 직급 호칭 대신 ‘~님’을 도입했고, 비교적 최근인 2019년엔 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직원 간 호칭을 ‘프로님’으로 바꾸도록 했다. 모두 우리말 속에 스며든 권위주의 문화를 깨고 수평적 소통과 창의성을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다.‘-님’도 주체경어법에 쓰이는 대표적인 표지다. “사장님은 O일 △△ 행사에 참석 일정이 계십니다.” 무심코 쓰는 이런 문장에선 어디가 잘못됐을까? 우선 글말에선 ‘-님’ 대신 ‘께서’를 쓰는 게 더 좋다고 했다. ‘일정이 계시다’가 이른바 사물존대로, 어법에서 벗어나는 표현이다. ‘사장’을 높인 게 아니라 ‘일정’을 높였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커피 나오셨습니다”류의 비문에 해당한다. “할아버지께서는 집에 계신다”는 말이 되지만 “할아버지께서는 돈이 많이 계신다”가 틀린 것과 같은 이치다. 바른 표현은 “사장께선 ~ 일정이 있습니다”이다. ‘-습니다’로 주어를 존대했고, ‘있다’는 ‘일정’에 연결된 것이라 존대 대상이 아니다.
경어법이 발달한 한국어에서 신문의 해라체는 얼핏 생각하기에도 잘 어울리지 않는다. 독자를 가장 상위로 존대해야 할 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국 신문언어의 태동기인 개화기 때 신문 기사의 기능과 관련 있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보도문의 기능이 분석과 해설에 방점이 찍히지만 당시엔 ‘정보 전달’과 ‘계도’가 거의 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문의 화법 역시 사건 내용을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문장을 취했을 것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진술문(statement)은 평서형 어미 ‘-다’로 끝나는 문장이다. 그런 까닭에 신문을 비롯해 교과서, 소설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글은 자연스레 해라체가 기본형으로 자리잡은 것으로 이해된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가 다 독자이기 때문에 경어체를 특정할 수 없다는 점도 또 다른 배경일 것이다.

원로 국어학자인 이익섭 서울대 명예교수는 신문언어의 ‘해라체’를 가리켜 “독자를 낮추는 등급이 아니라 등급을 초월한, 중립적 등급의 표현으로 해석할 수 있다”(<국어문법론>)고 설명했다. 이에 비해 방송 뉴스에선 ‘합쇼체’가 기본 경어법이다. 시청자와 직접 대면한 상황을 전제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말투도 “-습니다, -습니까” 꼴의 가장 높은 경어체를 쓴다. 모든 방송이 ‘합쇼체’를 기본 말투로 삼고 있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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