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1부)투어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선 우승컵을 들어올린 황중곤(30) 못지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가 있었다. 주인공은 황중곤과 연장전 끝에 석패한 권오상(27). 골프팬들이 권오상에 주목한 건 단순히 골프 실력이 좋아서만은 아니었다.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드라이버로 300야드 가까이 날리는 ‘장타 비결’과 세컨드 샷 네번 중 세 번을 그린 위에 올리는 ‘정타 비결’이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권오상의 키는 158㎝다. 황중곤보다 22㎝ 작다. 코리안투어는 물론 수많은 골퍼가 소속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 중에서도 그보다 작은 선수는 지금도 없고, 과거에도 없었다. ‘작은 거인’으로 불리던 이언 우스남(64·웨일스)은 164㎝였다. “골프선수치고는 작다”는 소리를 들었던 개리 플레이어(87·남아공·168㎝)는 권오상보다 10㎝나 크다. 권오상은 여자 프로선수와 비교해도 작은 축에 속한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톱랭커 가운데 그보다 작은 선수는 이다연(25·157㎝) 정도다.
그의 플레이를 보면 키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권오상의 올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는 274야드로 111위다. 하지만 이날 9번홀(파5·522야드)에서 티샷으로 296야드를 날리는 등 마음먹으면 웬만한 장타자만큼 멀리 보낸다.
키가 작은 사람이 키 큰 사람보다 멀리 치기 힘들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스윙 아크(arc)’가 작은 탓에 헤드 스피드를 내는 가속 구간이 짧기 때문이다. 미국 골프매거진이 2014년 PGA투어 선수들을 분석한 결과 키가 175㎝ 이하인데 290야드 이상 날리는 선수는 거의 없었다. 반면 키가 180㎝ 넘는 선수군에선 절반 이상이 290야드 이상 쳤다.
권오상이 작은 키에도 불구하고 멀리 칠 수 있는 건 날렵한 몸놀림에 있다. 작은 아크를 빠른 회전 속도로 만회한다는 얘기다. 이 덕분에 권오상의 스윙 스피드는 시속 105마일(169㎞)로 투어선수 평균(110마일)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 권오상은 “힘껏 치면 300야드를 친다. 키가 조금만 더 컸으면 훨씬 더 쉽게 보냈을 것”이라며 웃었다.
여기에도 ‘작은 키의 비애’가 있다. 프로대회를 열기 전에 골프장은 선수 간 변별력을 위해 러프 잔디를 8㎝ 이상 기른다. 잔디에 깊게 잠긴 공을 쳐서 그린 위에 세우려면 스핀을 잔뜩 먹여야 한다. 그러려면 다운스윙이 가팔라야 한다. 권오상은 “키가 작다 보니 클럽을 높은 지점에서 가파르게 찍어 내리는 게 쉽지 않다”며 “러프에 빠지면 공을 그린에 세우는 게 어려워지니 정확하게 치는 데 중점을 두고 경기한다. 러프에 공이 잘 안 빠지니 그린적중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은 키 때문에 골프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고 했다. 권오상은 “프로골퍼로서 키가 작은 게 유리할 건 없지만, 그렇다고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정도로 불리한 것도 없다”며 “골프가 이렇게 좋은데 왜 그만둘 생각을 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프로 세계에선 키가 작은 골퍼가 키 큰 골퍼보다 더 멀리 치긴 어렵지만 아마추어 세계에선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권오상이 공개한 장타의 비결은 체중 이동과 정타다. 그는 “아마추어의 거리는 대개 체중이동과 연관이 있다”며 “체중이동만 제대로 해도 수십 야드 멀리 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80%의 힘으로 쳐도 ‘스위트 스폿’에 맞히는 게 중요하다”며 “정타가 곧 장타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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