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사료 대란에…고기 들어간 소시지·패티값 다 뛴다

입력 2022-07-04 17:15   수정 2022-08-03 00:02

‘소시지의 나라’ 독일의 양돈 농가들은 사육두수를 크게 줄였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돼지 사료인 옥수수 가격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크게 오른 인건비를 간신히 버티던 농가들은 돼지를 내다팔았다. 지난 5월 기준 독일의 돼지 사육두수는 2230만 마리로 1990년 독일이 통일된 이후 가장 적다. 돼지 공급량 감소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한 독일 현지 매체는 “99센트짜리 샌드위치용 소시지가 이제는 2유로에 달한다”며 “맥주 안주로 소시지 대신 다른 걸 찾아야 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단백질 공급원인 육류 가격이 급등하는 ‘프로틴플레이션’(프로틴+인플레이션)이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육가공업체 운영이 차질을 빚은 데다 전쟁 여파로 옥수수, 연료 등 사육비가 크게 뛴 영향이다.
금값 된 고기 가격
독일 이탈리아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작년부터 퍼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을 차단하기 위해 돼지 살처분에 나섰다. 독일 정부는 돼지고기 가격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최대 돼지고기 소비국이자 생산국인 중국에서도 돼지고기 가격이 뛰어올랐다. 지난 1일 중국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당 24.55위안(약 4750원)으로 1주일 전보다 13% 상승했다. 올 들어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돼지고기 선물 가격(8월물)은 27% 뛰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하는 육류인 닭고기 가격도 상승세가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육비 상승에 더해 북미, 유럽 등지에 유입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공급 불안을 심화하고 있다. 세계 최대 닭고기 생산국인 미국에선 올해 닭고기 가격이 전년 대비 13~14% 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농무부(USDA)는 지난달 말 “진행 중인 AI는 36개 주, 4000만 마리 이상의 가금류에 영향을 끼치며 닭고기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켰다”고 분석했다.

주요 7개국(G7) 중 물가 상승률이 가장 높은 영국에서도 닭고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영국 슈퍼마켓 코업은 5월 “닭고기 가격이 소고기 가격만큼 비싸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1위 소고기 공급국인 미국에선 햄버거 패티에 사용하는 다진 소고기부터 스테이크용 등심까지 가격이 모두 뛰었다. 미국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자 축산 농가들이 바짝 마른 목초 대신 옥수수와 같은 값비싼 대체 사료를 구입해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목장 주인은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소를 내다팔았다. 도축 가능한 소가 줄어들면서 내년 미국 소고기 생산량이 7% 감소하고 가격은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을 것이라고 USDA는 전망했다.
코로나 이어 전쟁 ‘직격탄’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올해 세계 육류(닭, 돼지, 소, 양 등) 생산량은 3억6100만t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작년보다 1.4% 늘어난 것이지만, 증가폭은 전년만 못하다. 지난해에는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

육류 가격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FAO에 따르면 5월 육류 가격지수는 122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5개월 연속 오름세다. 가격지수는 2014~2016년 세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놓고 현재 값을 계산한 것이다.

축산물 가격이 오른 원인은 지난해 말 확산한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 있다. 코로나19 감염으로 육가공업계가 일손 부족에 시달리면서 육류 공급이 줄었다. 또 인건비 상승은 판매가에 전가됐다. 세계 3위 옥수수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닭과 돼지, 소 등 가축의 사료로 쓰이는 옥수수 가격도 뛰었다. 여기에 라니냐로 인한 가뭄까지 겹치면서 옥수수 가격은 1년 전보다 13%가량 상승했다. 한국이 수입하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가격도 뛰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 들어 미국산 갈비 평균 가격은 100g당 424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1.3% 급등했다. 같은 기간 수입 삼겹살 가격은 9.6% 상승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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