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대신 은행 인증서로 본인확인"…인증시장에 은행들이 뛰어든 이유 [긱스]

입력 2022-07-06 02:00   수정 2022-07-06 08:31

이 기사는 프리미엄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한경 긱스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비대면이 '뉴노멀(new normal·새로운 표준)'이 되어가는 시대를 살고 있음에도 온라인 거래 절차는 여전히 복잡하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회원 가입을 하거나 비밀번호를 바꾸고 싶을 때, 은행 계좌를 만들 때, 정부 민원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뗄 때 누구나 가장 먼저 거쳐야 하는 게 '본인확인'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고 주민등록증을 보여줄 수도 없는 온라인상에서 '내가 진짜 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절차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전화 정보를 입력하고 문자로 날아오는 인증번호를 입력해 본인확인을 한다. 매번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는 대신, 정부가 인정한 기관의 인증 수단을 통해 다른 사람이 아닌 '나'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본인확인을 할 수 있는 수단에 앞으로는 은행이 발급한 인증서나 얼굴 인식, 일회용비밀번호(OTP) 등도 추가된다. 신한은행과 국민은행, 하나은행, 카카오뱅크가 본인확인 서비스에 진출하면서다. 10년 동안 통신 3사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본인확인 서비스가 훨씬 다양해진다는 얘기다. 은행들의 가세로 본인확인 서비스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본인확인 서비스가 뭐길래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신한·국민·하나은행과 카카오뱅크를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휴대전화 문자 대신 국민은행의 KB모바일인증서나 카카오뱅크의 패턴식 비밀번호, 신한은행의 신한 인증서만 갖고도 본인확인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나은행은 올해 안에 여섯 자리 비밀번호로 본인확인과 전자서명 인증을 할 수 있는 '하나원사인(OneSign)인증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은행이 본인확인기관 자격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토스의 비바리퍼블리카가 핀테크 최초로 진입에 성공한 이후 본인확인기관이 더 다양해지고 있다.


본인확인기관은 온라인에서 개인의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않고 인증서나 휴대전화, 신용카드 등 대체 수단으로 진짜 본인이 맞는지 확인해주는 기관이다. 민감한 개인정보를 다루는 만큼 정부가 직접 지정한다.

이제까지 본인확인기관은 총 19곳이었다. SKT·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와 신용평가사, 8개 카드사, 공동인증서 발급 기관인 금융결제원·한국정보인증·한국전자인증 등이다. 하지만 이 많은 기관 중에서도 통신사의 패스(PASS) 앱과 휴대폰 문자를 통한 본인확인이 90%를 웃돌 만큼 본인확인 시장은 '사실상 독점'이었다. 이 구조를 깨려는 시도도 별달리 없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폰을 기반으로 쉽게 인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비대면 서비스의 '관문' 잡아라
이용자 발자취 데이터도 확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2020년 12월 공인인증서 의무사용이 폐지되고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다. 네이버·카카오·NHN페이코·시중은행 등 민간 회사들은 각각 디지털 인증서를 만들어 사용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치열한 유치전을 벌였다. 온라인 쇼핑·결제·금융거래 등을 하려면 전자서명 인증서가 필수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확인은 이 인증서 발급·사용보다도 앞서서 거쳐야 하는 절차다. 그야말로 모든 비대면 거래의 '관문'인 셈이다. 이용자 확보 효과가 그만큼 크다.

한 은행 관계자는 "본인확인은 거의 모든 비대면 서비스의 시작인데, 지금처럼 통신3사가 본인확인 서비스를 독점하고 있는 구조에서는 가입 단계에서부터 외부 플랫폼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셈"이라며 "완결성 있는 이용자경험(UX)을 만드는 데에도 좋을 게 없다"고 했다.


모든 핵심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 모은 '수퍼 앱'을 지향하는 플랫폼 기업과 금융사들이 본인확인 서비스 진출에 속도를 내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특히 직접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금융사들은 이용자가 본인확인부터 금융 거래까지 모든 절차를 하나의 앱에서 끝낼 수 있도록 하면 플랫폼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올 수 있다. 이용자가 한 플랫폼에만 머물게 하는 '락인(잠금)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데이터 확보에도 유리하다. 이용자가 어느 앱 또는 웹사이트에서 본인확인을 하는지, 어느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지 등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용자의 온라인 발자취를 알면 그 사람을 더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업의 경쟁 구도가 '플랫폼'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에서 비대면 서비스의 관문인 본인확인은 금융사에도 핵심 비즈니스가 됐다"며 "앞으로 본인확인을 비롯해 인증 기반의 연계 사업 영역 확장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빅테크·핀테크 경쟁 치열해질듯
본인확인과 인증 서비스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지난해 본인확인기관 지정에 도전했다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네이버와 카카오 등 빅테크와 이미 인증사업자 자격을 가진 NHN페이코 등 핀테크들도 참전이 예상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본인확인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으면 금융·부동산 등에서 이용자 관여도가 높은(고관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어 '수퍼 앱' 진화에 용이하다"며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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