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다 70% 비싼 韓클래식 티켓값…"문화강국 되려면 문턱 낮춰야"

입력 2022-07-06 18:01   수정 2022-07-14 16:51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골프 강국’이 된 것은 언제일까. 일각에선 박세리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휩쓴 1990년대 말~2000년대 중반을 꼽는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퍼블릭 골프장이 전국 곳곳에 들어선 2010년대 초중반이라고 말한다. 골프 강국은 걸출한 스타 몇 명을 배출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골프의 저변이 넓어질 때 달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한국은 아직 ‘고급문화 강국’이 아니다. 골프의 박세리, 고진영처럼 클래식과 미술에서도 세계 무대를 휩쓰는 ‘토종 스타’가 많지만 일반인이 즐기기엔 여전히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보다 비싼 클래식 티켓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이 대표적이다.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고급문화를 찾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지만 공급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대형 오케스트라 공연을 할 만한 장소가 예술의전당, 롯데콘서트홀 등 손에 꼽을 정도여서다. 좌석은 정해져 있는데 앉으려는 사람은 많으니, 티켓값이 계속 오른다.

옆 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 클래식 애호가들이 얼마나 비싼 돈을 주고 관람하는지 알 수 있다. 이달 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일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의 R석 가격은 25만원. 5일 먼저 열린 일본 도쿄 산토리홀 공연에서 같은 지휘자가 연주한 공연의 최고석(S석) 가격 1만5000엔(약 14만3500원)보다 70% 넘게 비싸다.

공연계 관계자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다 보니 웬만큼 유명한 오케스트라의 공연은 가격이 얼마든 간에 ‘예매 전쟁’이 벌어진다”며 “고급문화 저변을 넓히려면 공급부터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사회 전반에 깔린 ‘클래식=사치재’란 인식부터 바꿔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공연장을 곳곳에 지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계자는 “클래식 공연장을 짓는 것은 ‘극소수의 고소득층을 위한 세금 투입’이 아니라 ‘모두를 위한 인프라 투자’란 국민적 공감대부터 형성돼야 한다”며 “이런 과정을 통해 공연장이 많이 생겨야 공급이 늘고, 그래야 더 많은 국민이 클래식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된다”고 말했다.
“생활미술 인프라 확충해야”
저변이 넓지 않기는 미술도 마찬가지다. 4년 만에 시장 규모가 2배(2017년 4942억원→2021년 9223억원)가 됐지만, 그 과실은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등 원로 단색화가나 해외에서 활동하는 김수자 양혜규 등 몇몇 유명 작가에게 집중되고 있어서다. 대다수 신인·중진 작가의 작품은 그때나 지금이나 창고에서 빛을 못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미술시장 팽창이 ‘경매업체 주도 성장’(경매 비중 2020년 28%→2021년 35%)이었던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화랑은 작가를 발굴해 키우지만 옥션은 구매자를 찾아 소장품을 비싸게 파는 게 목표다. 자연히 옥션에 올라오는 작품은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 중심이 된다. 이러니 신진작가는 설 틈이 없다. 한 중견 화가는 “미술시장이 급성장했다지만 상위 1%에만 해당하는 얘기일 뿐 무명 작가들이 이름을 알리고 성장할 수 있는 통로는 오히려 좁아진 것 같다”고 했다.

생활미술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미술 강국’을 가로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골프를 치는 사람이 많은 나라에서 특급 프로골퍼가 나오듯 누구나 쉽게 캔버스를 들 수 있는 나라에서 좋은 화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참여’보다는 ‘관람’에 미술 문화의 초점이 맞춰지다 보니 유명 작가의 작품에 대한 관심만 더 높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클럽이나 골프연습장처럼 직장인이 업무를 마치고 취미생활을 할 수 있는 음악·미술학원이나 동사무소 문화센터 프로그램이 늘어나면 한국의 고급문화 수준이 한 번 더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라/조동균/성수영 기자 destinyb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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