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준이 교수 "고교때부터 수학 집중…사실 수포자는 아니었죠"

입력 2022-07-06 18:13   수정 2022-07-06 23:46


“올해 초 국제수학연맹(IMU) 회장이 통화를 요청해와서 상을 주려는 건가 생각했는데 맞았다. 수상 소식을 듣고 자고 있던 아내를 깨우자 ‘그럴 줄 알았어’라고 말하고 다시 자더라.”

허준이 한국고등과학원 석학교수(미국 프린스턴대 교수·39)는 6일 서울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온라인으로 참석해 ‘수학계의 노벨상’으로 알려진 필즈상 수상 사실을 처음 들은 상황을 이같이 설명하며 웃었다. 허 교수의 부인은 서울대 수학과 대학원에서 만난 김나영 박사다.

허 교수는 초등학교 2학년 때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부모님이 좌절했다고 말했다. 그의 부친은 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명예교수이고 모친은 이인영 서울대 노어노문과 명예교수다. 허 교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때는 수학에 관심이 없었다”면서도 “그래도 고교 때부터는 수학을 열심히 했기에 수학포기자(수포자)라는 건 잘못 알려진 사실”이라고 정정했다.

그는 등단 시인을 꿈꾸며 고교를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쳤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는 기형도 시인을 꼽았다. 허 교수는 “어릴 적 가장 열정이 있었던 것은 글쓰기였고 그중 제일 좋아하는 시를 쓰는 삶을 살고 싶었다”며 “우연한 기회에 ‘순수 수학’ 강의를 듣고 수학에 빠졌다”고 했다.

수학의 매력에 대해서 그는 “끊을 수 없는 중독성이 있어 10여 년 전 수학에 빠진 이후에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다른 동료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서 생각을 주고받으며 이해하는 양이 늘어나고, 어느 순간 그동안 몰랐던 난해한 구조를 이해하면서 굉장히 큰 만족감을 얻는다”고 했다.

제2, 3의 필즈상 수상자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을지 묻자 허 교수는 “부담감을 느끼며 단기 목표를 추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마음 편하게 즐거움을 좇으며 장기적으로 큰 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안정감 있는 연구 환경이 제공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 IMU는 핀란드 헬싱키에서 ‘2022 세계수학자대회(ICM)’를 열어 허 교수를 필즈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한국계 수학자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2개 국가가 참여하는 IMU는 허 교수가 ‘조합 대수기하학’을 통해 수학계의 오랜 난제인 ‘리드 추측’ 등 10여 개 난제를 해결한 공로를 높이 샀다. 필즈상은 수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한 40세 미만 수학자에게 4년에 한 번씩 수여하는 상이다. 수학자가 받을 수 있는 세계 최고 상으로 노벨상에 필적하는 권위를 지닌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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