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을 등에 업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질주가 이어지고 있다. 판매 인센티브(판촉비)를 도요타보다 낮게 유지할 정도로 상품성을 인정받으며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는 물론 올해 전체로도 호실적을 기록하며 ‘차·화·정’ 랠리를 펼친 2012년을 뛰어넘는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할 전망이다.현대차·기아 실적을 좌우하는 곳은 미국이다. 2008~2009년 미국 시장 합계 점유율이 4% 수준에 불과하던 현대차·기아는 2010년대 들어 상품성을 강화하며 메이저 업체로 발돋움했다. 쏘나타 등이 현지 시장에서 인정받으면서 2011년 합계 점유율을 10%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이 덕분에 기아 주가가 2009년 초 대비 2년 만에 10배 넘게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서도 랠리를 펼쳤다.

위기도 있었다. 2010년대 중반 들어서는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위주로 재편된 미국 시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고전하기도 했다. 2018년 합계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추락했던 현대차·기아는 최근 미국에서 드라마틱한 ‘신분 상승’에 성공했다. 현지 판매를 위해 쓰는 인센티브 수준이 일본 도요타보다 낮은 수준이다.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대당 인센티브는 각각 597달러, 834달러(올 4월 기준)다. 도요타는 855달러, 현지 브랜드인 포드·GM은 각각 1523달러와 2046달러다. 현대차·기아가 판촉비를 쓰지 않아도 소비자들이 줄을 서서 사는 브랜드로 탈바꿈했다는 뜻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인센티브 수준은 2020년 대비 35%가량 급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작년 5월 인센티브 수준을 크게 낮췄다”며 “올해 2분기에 예년 수준으로 올려야 할 것으로 봤지만 차량 인기가 지속돼 역대 최저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재고는 현재 1개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업계에서 통용되는 적정 재고 수준인 3~4개월 치보다 낮다. 그야말로 만들자마자 팔리는 ‘역대급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내연기관차보다 판매가격이 높은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는 것은 현대차 수익성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배터리 등 주요 전기차 부품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시장에서 상품성을 인정받고 있어 판매가격에 전가하는 게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대차는 최근 두 번째 전용 전기차 모델 아이오닉6를 출시하며 시장 주도권 선점을 위해 고삐를 죄고 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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