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식도락가였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들과 송어 낚시를 하며 야외 요리를 즐겼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단편소설 《두 개의 심장을 가진 큰 강》에서 주인공 닉이 강가에서 야영을 하고 음식을 먹으며 전쟁으로 황폐해진 마음을 치유하는 과정은 헤밍웨이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 그것은 누구에게라도 헤밍웨이와 같은 감성을 돋게 하는 ‘힐링’ 그 자체다. 힘들게 요리하는 과정조차도 설레게 만드는, 주말에 다시 캠핑 짐을 싸게 만드는, 바로 그 원동력이다.
고씨는 “백숙처럼 쉽고 든든한 요리가 없다”며 캠핑 요리로 강력 추천한다. 전날 월계수 잎과 통마늘, 삼계탕용 약재를 미리 준비해놓고, 캠핑장에선 손질된 닭과 준비된 재료를 넣어 두 시간 푹 끓이면 된다. “고생을 사서 하는 게 캠핑의 핵심”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씨는 “5분마다 돌려가며 한 시간 넘게 구워야 하는 통닭 장작구이에 비하면 닭백숙은 약과”라고 했다.
점점 강해지는 요리 욕심에 그는 특별 제작된 무쇠 솥뚜껑을 구입했다. 이름하여 ‘조선 그리들’이다. 고씨는 “열 전도율이 높은 조선 그리들에 두툼한 돼지고기나 큰 도미를 튀겨내 탕수소스를 뿌리면 일류 중화식당 저리 가라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고 했다.
대부분의 캠핑족은 평소 자주 먹지 않는 특별한 음식에 도전하는 것을 즐긴다. 남자친구와 캠핑 취미를 갖게 된 김예은 씨(27)는 독일식 족발인 ‘슈바이네 학센’을 추천했다. 주물팬(그리들)이나 프라이팬에 슈바이네 학센의 겉면을 바삭하게 구운 뒤 각종 야채와 함께 곁들이면 맛은 물론이요, SNS에서 단박에 눈길을 모을 수 있는 ‘비주얼 깡패’ 요리가 완성된다.
이들은 과정을 즐긴다. 한여름 계곡에서 바로 잡은 민물고기로 생선튀김을 해 먹기도 한다. 낚시로 먹을 재료를 직접 구해 손질하고 반죽을 입혀 뜨거운 기름에 튀겨낸 뒤 비로소 한 입 베어 문 생선튀김의 맛은, 평생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된다.
유튜버 ‘정육왕’은 ‘불쇼 안 나고 바베큐하는 법’을 몇 가지 소개했다. 우선 숯을 20~30분가량 충분히 태워 하얀 재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중요하다. 막 불붙은 숯보다 꺼져가는 숯이 고기 굽는 데 더 낫다. 바비큐 초보자는 다루기 쉬운 커피나무 숯을 선택하는 게 좋다. 공기가 차단되는 숯 트레이도 고기를 태우지 않도록 도움을 준다. 꽈배기그릴이나 브이그릴처럼 고기 기름이 직접 숯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장비도 고려해볼 만하다.
바비큐에 빼놓을 수 없는 소시지도 캠핑족을 겨냥해 점점 고급화되고 있다. 독일 마이스터가 만든 듯한 커브 모양, 말발굽 모양의 소시지를 마트 진열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CJ제일제당은 기존 제품보다 두 배 시간을 들여 저온 숙성하고 원재료를 굵게 썰어 식감을 살린 ‘육공육 더블에이징 후랑크’를 최근 선보였다. 동원F&B는 아예 250도 오븐에 한 번, 500도 그릴에 또 한 번 구워 불맛을 입힌 직화햄 ‘그릴리’를 만들었다. 숯을 피우지 않아도 데우기만 하면 불맛 가득한 햄을 먹을 수 있는 세상이다.
술안주도 그렇다. 대상 ‘호밍스’와 ‘안주야’ 간편식 브랜드로 부산식 곱창전골, 불막창, 직화 무뼈닭발, 논현동포차스타일 매운껍데기까지 없는 게 없다.
《나의 캠핑 물건》의 저자인 강성구 작가는 캠핑을 ‘의식주(衣食住)의 이동’이라고 말한다. 입고, 먹고, 생활하는 일상의 양식을 밖으로 꺼내 놓는 일이라고 했다. 일상과 다른 유일한 점이라면 숨을 쉬었을 때 풀 내음이 난다는 것, 고개를 들었을 때 별이 보인다는 것이다. 캠핑장에 밤이 오면 도시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고요와 고독, 그리고 자유와 마주한다. 마침내.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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