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곽 드러난 현대차 폐배터리 사업

입력 2022-07-07 17:19   수정 2022-07-08 21:10

현대자동차·기아가 폐배터리 태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하고 신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글로벌 물류망을 갖춘 현대글로비스, 전세계 부품 공급망을 지닌 현대모비스 등 계열사의 역량을 한 데 모아 2040년 66조원 규모(SNE리서치)로 예상되는 폐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가 7일 발간한 지속가능보고서에는 이같은 폐배터리 사업 전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8~10년 사용하면 잔존 용량이 기존대비 70%로 줄어든다. 현대차는 이같은 교체나 폐기 대상인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거나 원자재를 추출해 재활용할 예정이다.

먼저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전세계 폐차장, 딜러점 등에서 나오는 폐배터리를 회수한다. 현대글로비스는 폐배터리를 안전하게 운반할 수 있는 용기를 개발해 특허까지 취득했다. 국가별로 복잡한 배터리 관련 규제를 충족하는 물류 프로세스를 갖췄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차는 수거한 폐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reuse)하는 실증 사업을 하고 있다. 현대차는 “향후 폐배터리를 재사용하는 ESS사업을 현대글로비스로 이관할 예정”이라며 “글로비스는 회수부터 재사용 사업까지 단일화된 시스템으로 본격적인 재사용 사업 체제를 갖추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폐배터리를 팩 그대로 쓰거나 일부 개조하면 ESS로 10년 안팎을 사용할 수 있다. 해체하지 않아도 돼 비용도 적게 든다.

수거한 배터리 중 최상위 품질의 폐배터리는 현대모비스가 재제조(remanufacturing)하기로 했다. 보통 폐배터리는 재사용 또는 재활용이 대표적인데, 현대차그룹의 폐배터리 사업은 재제조가 있는 게 특징이다. 현대모비스는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통해 폐배터리 재제조 거점을 구축해 수거한 배터리를 노후 차량 및 AS(사후 서비스)용 배터리로 다시 제조한다. 이를 통해 배터리의 사용 수명을 연장하겠다는 전략이다.

재사용, 재제조가 불가능한 배터리는 분해한 뒤 리튬, 코발트, 니켈 등 주요 배터리 원자재를 추출해 재활용(recycle)한다. 이 원자재는 배터리를 제조하는 데 다시 투입된다. 유럽연합(EU)이 배터리 규제안을 만들며 배터리 내 재활용 원자재 비중을 높이고 있어, 폐배터리 기술력은 향후 전기차 사업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으로 꼽히고 있다. 다만 폐배터리 재활용은 원자재 회수율을 95%까지 높여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뿐 아니라 테슬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도 전기차·배터리 공급망(밸류체인)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미개척 시장’인 폐배터리 시장에 뛰어들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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