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기업·중견기업의 벤처투자 담당 임원과 실무자들이 이례적으로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6일 한국경제신문사와 법무법인 화우가 공동 주최한 ‘벤처기업 육성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의 역할’ 세미나에는 농심 SPC 노루홀딩스 포스코 SK 등 CVC 등록 신청을 했거나 준비하고 있는 기업 관계자 120명가량이 참석했다. ㈜효성의 100% 자회사 CVC로 설립된 효성벤처스의 김철호 대표와 최상우 동원기술투자 대표는 청중석에 앉아 노트 필기하며 발표에 집중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되는 동안 자리를 뜨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기업 내부 역량만으로는 신성장동력을 찾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CVC 설립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날 세미나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금융감독원 등 관계부처 실무 책임자가 한자리에 모여 CVC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책 의지를 나타냈다.윤수현 공정위 부위원장은 영상으로 전한 환영사에서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전략적 투자자로서 대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 발표에 나선 피계림 공정위 지주회사과장도 “국내 벤처투자 촉진을 위해 그동안 정부가 유지했던 금산분리 원칙을 지난해 말 완화하고 지주회사의 CVC 설립을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은 크고 의미있는 법 개정”이라며 “지주 체제 내에 쌓여 있는 65조8416억원의 현금성 자산이 CVC 투자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후속 조치로 CVC가 공정거래법 관련 규정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법률의 해석 지침(가이드라인)도 마련하고 있다. 피 과장은 “CVC가 투자 현황, 출자 내역 등을 온라인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태조사를 통해 관련 제도를 꾸준히 개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주 중기부 벤처투자과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금융기법을 적극 도입해 투자 방식의 다양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CVC의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등록을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김충진 금감원 여신금융총괄팀장은 “준법감시인을 잘못 지정하거나 사업 계획 내용이 부실해 등록이 늦어지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배 상무는 “최고경영진이 조바심을 내면 벤처투자의 원칙이 무너지고 만다”며 “초기 스타트업은 당장 시너지를 내기보단 대기업이 도와줘야 할 일이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세미나를 기획한 홍정석 화우 파트너 변호사는 “구글 인텔 삼성 등 CVC를 잘하는 회사가 인수합병(M&A)을 많이 한다”며 “대기업 CVC가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란/김주완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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