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치맥성지 대구

입력 2022-07-07 17:28   수정 2022-07-08 00:12

지난달 26일 방영된 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2’에는 네덜란드 축구 영웅 루드 굴리트(60)가 게스트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굴리트는 이날 각 운동 종목의 레전드로 구성된 ‘어쩌다벤져스’의 일일 명예감독으로 나섰는데, 상대팀 이름이 독특했다. ‘대구 치맥FC’. 축구팀 이름이 왜 ‘치킨과 맥주’를 뜻하는 치맥일까.

대구 치맥FC는 2018년 창단한 아마추어 축구단이다. 그해 7월 대구 두류공원 일원에서 열린 치맥 페스티벌에서 활약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팀을 결성했다. 당시 축제에 참여한 외국인 봉사자들도 다수 가세해 국내에선 보기 드문 다국적·다인종의 글로벌 축구단이기도 하다. 치맥 축제를 주최하는 한국치맥산업협회 등 후원사도 갖고 있다. 과연 치맥의 도시 대구답다.

대구가 ‘치맥의 성지’로 불리는 직접적 계기는 2013년부터 열려온 치맥 페스티벌이다. 폭염이 극성인 7월에 열리는데도 첫해에 27만 명이 참여한 것을 필두로 4회째인 2016년부터는 매년 100만 명 이상 찾는 지역 대표 축제다.

대구가 치맥 성지로 자리 잡은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대구는 일제강점기부터 전국 양계산업의 중심지였다. 대구 산격동에 있던 신기부화장은 일제강점기 국내 최대 부화장이었고, 1970년대에는 국내 양계장의 70~80%가 대구·경북에 있었다고 한다.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이 ‘달구(닭)+벌’이라는 어원 분석도 있으니 묘한 인연이다.

1970~1980년대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의 상당수가 대구에서 태동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1978년 대구 효목동에서 문을 연 계성통닭이 처음 선보인 양념치킨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프라이드치킨, 전기구이가 대세였던 때 ‘멕시칸치킨’이라는 브랜드로 전국에 가맹점을 늘리며 업계 선두주자가 됐다. 이후 대구에는 스머프치킨, 처갓집양념통닭, 멕시카나 등 프랜차이즈 본사 설립이 잇따르면서 치킨 브랜드가 90여 개에 달했다고 한다. 1991년 창업한 교촌치킨은 국내 1위 치킨 프랜차이즈가 됐고, 1999년 창업한 호식이두마리치킨은 맛에다 가성비까지 더해 인기를 끌었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은 대구 치맥 페스티벌이 코로나19로 중단된 지 3년 만에 열리고 있다. 오는 10일까지 두류공원과 평화시장 닭똥집 명물거리 등에서 밤 11시까지 치맥과 다채로운 부대행사를 즐길 수 있다니 주말을 맞아 찾아가 보면 좋겠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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