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기술기업이 의료 서비스 분야에 뛰어들고 있다. 의료 시스템은 미국과 영국에서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분야로 악명이 높다. 미국은 그 어떤 나라보다 보건 지출 규모가 크지만 미국의 평균 수명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었다. 의료비로 인해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빈곤선 아래로 떨어진 탓이다. 의료비 지출이 소득 불평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영국 적십자는 구급차와 병원에 대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인도주의의 위기’에 처했음을 고백한 바 있다. 이런 문제 상황에서 실리콘밸리의 3대 거물이 힘을 합친 것은 놀랍지 않다. 제프 베이조스와 워런 버핏, 제이미 다이먼이 2018년 1월 새로운 합작 투자 형태로 의료보험 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했다. 현재의 의료 시스템은 여력이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은 아니더라도 기존 의료 거물에 맞서 적어도 새로운 경쟁자를 만들고 업계 판도를 바꾸고자 의료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단점도 있다. 의료 데이터나 단순 개인정보 공유의 문제가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축적된 데이터의 활용이다.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기술과 알고리즘은 우리가 하는 일을 더 빠르고 저렴하고 개인화되고 정확하게 만들어준다. 이는 다른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과체중일 경우 더 많은 보험료 부담이나 신용도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실리콘밸리의 기술기업들은 이미 금융, 대출, 고용 분야에 진출했기 때문에 의료 서비스 영역을 뛰어넘어 다른 무수한 서비스에 데이터가 연계될 수 있다. 연장선상에서 사회경제적 또는 인종차별적 요소도 발생할 수 있다. 아마존은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 도입 당시 부자 동네 주민에게 먼저 서비스를 제공한 전례가 있다. 이처럼 특정 지역의 건강만 집중적으로 관리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의료 서비스가 본질적으로 예측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분야라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알고리즘처럼 예측 가능한 부분이 크지 않다. 복잡한 상황 속에 놓인 인간의 일이기 때문이다. 규제혁신에 대한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오늘날, 의료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비효율적인, 지대를 추구하기 위한 규제는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그 개선의 초점은 서비스 수요자여야 한다. 기업친화적이 아니라 시장친화적 개선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진정으로 보건의료 분야를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