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고기·닭고기·분유 등 6개 생필품에 대한 관세를 연말까지 0%로 내리기로 했다. 감자, 마늘, 고등어, 갈치 등 식탁 위에 오르는 주요 식자재는 정부 비축 물량을 시장에 조기 방출한다. 고(高)물가로 서민층이 직격탄을 맞자 ‘밥상물가’ 잡기에 나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8일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며 “경제가 어려울수록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은 바로 서민과 취약계층”이라며 “정부는 민생 안정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어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4년 만에 6%대로 치솟자 기존 두 차례의 물가대책에 이어 추가 물가대책을 낸 것이다. 이번 대책은 취약계층 지원, 식료품 부담 경감, 생계비 부담 완화에 초점을 맞췄고 총 8000억원 규모다.핵심은 소고기, 닭고기, 분유, 커피 원두, 주정 원료, 대파 등 6개 품목에 대해 연말까지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추거나 높이는 제도다. 신규 할당관세 품목 중 정부가 가장 신경을 쓴 건 국내 소비량의 65%를 수입에 의존하는 소고기다. 소고기 수입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호주산 소고기 관세율은 각각 10.6%, 16.0%에 달한다. 할당관세 적용 물량은 10만t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소고기 소매가격이 5~8%가량 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닭고기 8만2500t(연간 수입량의 절반 수준)도 할당관세 0%가 적용된다. 수입 닭고기의 94% 정도가 20~30%의 관세가 부과되는 브라질과 태국에서 들어오고 있어 이번 할당관세 인하 효과가 클 것이란 게 정부의 설명이다. 지난달 22일부터 5만t에 대해 0% 할당관세가 적용 중인 돼지고기는 수요가 많은 삼겹살에 한해 할당 물량을 2만t 늘렸다.
176%에 달하는 높은 관세가 부과됐던 분유류(전지·탈지)에 대해서도 1만t에 대해 관세율을 0%로 낮추기로 했다. 커피 원두는 생두(2%)와 볶은 원두(8%) 수입 전량에 할당관세를 적용한다.
당초 7월 말까지 적용할 예정이었던 액화석유가스(LPG)에 대한 판매부과금 30%(L당 12원) 감면 혜택을 12월 말까지 연장하고, 어민들이 사용하는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액도 확대하기로 했다. 취약계층에 지급하는 에너지바우처 단가를 10월부터 17만2000원에서 18만5000원으로 인상하고, 기저귀·분유·생리대 등 생필품 지원 단가를 올리는 등 사회적 배려 대상의 복지 지원도 강화했다.
서민층과 취약계층의 생계비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지만 수입 가격 하락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농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이날 “한우 가격은 곤두박질치고 한우농가들의 줄폐업이 이어질 것”이라며 “전국 9만 개 한우농가 모두 생업을 포기하고 생존권 쟁취를 위한 대정부 투쟁을 대대적으로 전개해 나갈 것”이란 성명을 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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