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징계 받은 이준석, 스스로 돌아보며 긴 안목의 정치하길

입력 2022-07-08 17:31   수정 2022-07-09 00:08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어제 새벽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준석 대표에게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리면서 후폭풍이 거세다. 1년 남은 대표직 유지가 어렵게 돼 이 대표는 큰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이 대표는 의혹을 부인했으나 윤리위는 당의 명예 실추 등을 이유로 수용하지 않았다. 헌정 사상 첫 ‘제1야당 30대 당수’로 화려하게 등판했던 그는 초유의 ‘집권당 대표 징계’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 대표는 대표 권한으로 징계 처분 보류, 가처분·재심 청구 등 총력 대응을 천명했다. 반면 권성동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대행 체제 가동에 들어갔고, ‘반란군 토벌’ 등 친윤(친윤석열)-비윤으로 갈라져 거친 말들이 횡행하면서 국민의힘은 극심한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경제위기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인데 국정 현안은 뒷전인 채 이런 모습을 보이는 집권당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의 심정은 착잡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집권당이 위기 극복에 총력을 다해도 모자랄 판에 허구한 날 집안싸움에 허덕이니 집권 두 달도 안돼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급락하는 등 국민의 차가운 시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부터 성찰이 필요하다. 1년 전 ‘30대 0선(選)’이 쟁쟁한 중진들을 제치고 제1야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만 해도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 보수의 희망이었다. 그러나 지난 1년 내내 당 분란의 중심에 서서 갈등을 확대하는 데 앞장섰다. 대표가 두 번이나 당무를 보이콧한 일은 전무후무할 것이다. 물론 이 대표에게 사사건건 반기를 들고 주도권을 잡으려고 과욕을 부린 ‘윤핵관’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타협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이 대표의 책임이 면해지지는 않는다.

그런 마당에 징계 불복을 외치며 여론전에 나서는 것은 ‘변화의 기대주’라는 소리를 듣는 젊은 리더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당 공조직 결정에 ‘셀프 징계 처분 보류’ 추진은 누가 봐도 떳떳하지 않은 꼼수다. 아무리 억울함이 크더라도 직진만이 능사는 아니다. 위긴 땐 긴 안목에서 호흡을 가다듬고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더욱이 고물가와 고금리 등으로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 마당에 집권당의 극단적인 대결 구도 한복판에서 자멸의 길로 들어선다면 이 대표는 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것이다. 이는 자신의 긴 정치 여정에 큰 오점으로 따라붙을 공산이 크다. 젊은 보수 리더의 싹으로 꼽히는 그가 이대로 망가진다면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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