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된 국내 기업 상반기 신용평가…정점 찍은 신용등급 개선세 꺾이나

입력 2022-07-13 08:22  

이 기사는 07월 13일 08:2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 상반기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정기평가가 마무리됐다. 신용평가사들은 3개년 사업보고서를 기초로 하되, 상반기 실적 등을 고려해 매년 정기평가를 시행한다. 500개 안팎 기업의 실적을 비교하면서 신용등급을 재점검하는 작업이다.

기업들은 “기업 입장에서는 중간고사를 대비하는 마음가짐으로 신평사들의 정기평가를 준비한다”고 입을 모은다. 신용등급은 기업의 자금조달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발행 금리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 비싼 비용을 내고 돈을 빌려야 한다는 뜻이다.

산업계의 우려와는 달리 올 상반기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은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탔다. 코로나19 위기에도 기업들의 실적과 재무구조가 예상보다 크게 개선된 영향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의 신용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상반기 국내 기업 신용도 개선세 뚜렷
한국경제신문이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변동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기업 신용등급(장기 등급 기준)이 올라간 곳은 47개사(중복 포함)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등급이 떨어진 기업은 24곳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기준 등급 상향 건수가 하향 건수보다 많은 건 2018년(상향 32곳, 하향 30곳) 후 처음이다.

‘등급 전망’이 상향 조정된 기업도 많다. 등급 전망은 등급 조정의 예비 단계다. ‘긍정적(positive)’, ‘안정적(stable)’, 부정적(negative)’ 순으로 구성된다. ‘등급 전망’이 개선되면 향후 신용등급이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올 상반기 등급 전망이 개선된 기업은 45개사, 등급 전망이 내려간 기업은 19개사로 집계됐다.

상승 조정된 기업을 하락한 기업으로 나눈 상하향배율을 봐도 상승 추세가 두드러진다. 2019∼2020년 0.5배 수준에서 지난해 1.4배, 올해 상반기 1.9배로 지속해서 상승했다. 안희준 한국신용평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2019∼2020년 저하된 신용도가 지난해 이후 개선되는 추세"라며 “수요회복, 원자재가 상승에 대한 대응력, 자체 경쟁력 강화, 금융사 자본확충 등이 주요 신용도 개선 요인”이라고 말했다.

주식 열풍으로 탄탄한 실적을 쌓은 금융사들은 신용등급 상승 릴레이가 쏟아졌다. 한화투자증권(A+→AA-) IBK투자증권(A+→AA-) 유안타증권(A+→AA-) 등의 증권사들의 신용등급이 올랐다. 할부리스사(키움캐피탈, DB캐피탈)와 부동산신탁사(신한자산신탁)의 신용도도 개선됐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우호적인 자금조달 여건이 조성된 데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이 동시에 이뤄진 게 호재로 작용했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2020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됐다”며 “활발한 주식거래는 물론 기업공개(IPO), 유상증자 등 발행시장이 확대된 게 신용등급 상향 조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제약?바이오 기업도 호성적을 거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A+→AA-), 한국콜마(A-→A), SK바이오사이언스(A→A+) 등이 대표적이다. 한기평 측은 “상장을 통한 신주발행?유상증자 등으로 대규모 자본 확충이 이뤄진 게 신용도 향상의 주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부품, 유통, 의류 등은 신용도 ‘흔들’
자동차 밸류체인 내 완성차업체와 부품업체 간의 신용등급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완성차업체들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여 고부가 차종 중심으로 차량을 생산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랐다. 반면 완성차 생산 차질 장기화로 위기에 처한 자동차 부품사의 전망은 어둡게 평가됐다. 한온시스템(AA→AA-) 디티알오토모티브(A→A-) 등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은 유통업계의 신용도는 흔들렸다. 롯데쇼핑이 올해 초 'AA'에서 'AA-'로, 애경그룹의 유통부문 계열인 AKS&D가 'BBB-'에서 'BB+'로 떨어졌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에도 실적 회복이 더디다는 게 신평사들의 설명이다.

의류업계 신용도도 하향세를 타고 있다. 쌍방울(BB-→B+), 패션그룹형지(BB→B+), 이오(BB-→B+) 등의 경쟁력이 하락했다. 경쟁 심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판매 부진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신용등급 상향 동력 약화될 것
국내 신평사들이 바라보는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다.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이 하락할 것이란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어서다. 원자재값 상승과 금리 상승에 따른 유동성 축소로 기업들의 실적이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신용등급 평가가 후행적으로 이뤄지는 특성상 등급 하락 사이클이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표적인 산업이 건설업이다. 건설업을 둘러싼 사업환경이 비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다. 주택 분양 및 착공 물량을 늘어나고 있지만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철근?시멘트 등 주요 건자재 가격 급등과 인건비 부담으로 건설사의 수익성도 악화되고 있다.

하반기 신용등급 ‘줄강등’은 건설업뿐 아니라 다른 산업에도 확산될 전망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0일 ‘주요 산업별 하반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석유화학·민자발전·음식료·철강·건설업 등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조정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2022년 상반기 신용등급 변동현황 및 하반기 방향성’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하반기 신용등급 상향 조정의 동력이 약화됐다”고 내다봤다. 나신평 측은 “△높은 수준의 원자재값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인플레이션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유동성을 회수하는 정부의 통화정책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가파른 금리 인상 등 부정적인 요소가 산적해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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