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은 배우면 배울수록 재미있습니다.
▷똑같은 카드지만 가격은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런 것은 많이 존재합니다. 5월 8일 어버이날 전날 카네이션은 정말 비쌉니다. 9일에는 구매자가 확 줄어들고 가격도 급락합니다. 소비자가 구매하는 최종 가격만 오르는 게 아닙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카네이션 도매가격도 들썩입니다. 메뚜기도 한철인 셈이죠.
▷A가게 주인은 B가게 주인보다 투자를 더 많이 해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가게를 더 아름답게, 시원하게, 고급스럽게 꾸미거나, 상냥한 어투와 전문지식을 가진 점원을 두거나, 고객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환불정책을 쓰거나 하는 것이죠. 이에 비해 B가게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아마 적지 않은 고객이 A가게를 선호할 겁니다. A가게가 조금 더 비싸더라도 말이죠.
▷시내에서 카페를 열려면 건물 임차료를 많이 내야 할 겁니다. 임차료가 높은 이유는 건물 땅값이 비싸기 때문일 테죠. 건물을 지은 사람은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임대료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어요. 반면에 서울 외곽이나 지방은 같은 면적이라도 땅값이 쌉니다. 건축비, 인건비도 낮습니다. 설악산 정상에서 파는 시원한 콜라는 동네 가게보다 비쌉니다. 두 배가량 비싸지만 우리는 기꺼이 사 먹습니다.
▷현대 소비자들은 가격 외에 다른 요소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제품의 신선도, 많은 가짓수, 신속한 계산, 쾌적한 환경, 좋은 주차 공간, 높은 친절도와 편의성을 따지는 거죠. 전통시장을 살리자는 취지는 좋지만, 한여름에 전통시장에 가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무엇인가 불편한 것이죠.
▷가격은 예부터 논란의 대상이 됐습니다. 이윤을 적대시한 철학자 중에 대표적인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입니다. 그는 상인의 이윤 추구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했어요. 애덤 스미스도 ‘과도한’ 이윤을 남겨선 안 된다는 말을 썼습니다. 이에 반해 《꿀벌의 우화》를 쓴 맨더빌과 《북학의》를 쓴 박제가, 《열하일기》를 쓴 박지원은 ‘과도한 이윤’이라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지요. 가격에 ‘착한’ ‘나쁜’이라는 형용사를 쓰는 게 옳을까요?
고기완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2. 설악산 정상에서 파는 콜라 가격은 비싼데, 바가지라고 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3. 도심과 외곽 카페에서 파는 커피 가격이 다른 이유를 찾아보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