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低가 낳은 일본 신풍속도…해외여행 대신 국내쇼핑 급증

입력 2022-07-15 17:33   수정 2022-07-16 01:36

달러당 엔화 가치가 24년 만의 최저치인 139엔까지 하락하면서 일본인의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다. ‘해외여행이 국내보다 싸다’며 세계로 나가던 일본인들이 자국 내 명품 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저렴한 물가로 인기가 높았던 태국마저 비싸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태국 현지에서 대표 요리인 톰얌쿵의 엔화 환산 가격은 올초 920엔(약 8740원)에서 1000엔으로 올랐다. 엔화 가치가 전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39엔까지 떨어지는 등 올 들어 20% 급락한 탓이다. 10년 전 톰얌쿵 가격은 565엔이었다.

일본의 맥도날드 빅맥 가격은 390엔으로 세계 33위다. 440엔대인 중국과 한국보다 싸다. 세계 25위인 태국도 443엔이다.

물가가 30년째 오르지 않은 일본은 다른 나라에 비해 ‘싼 나라’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는 장기 디플레이션에 엔저(低)까지 겹치면서 더욱 싼 나라가 됐다. 그 결과 10~20년 전만 해도 ‘국내보다 해외여행이 훨씬 저렴하다’며 세계 곳곳을 누볐던 일본인들에게 외국은 큰맘 먹고 나서야 하는 곳이 됐다는 분석이다.

‘싼 나라 일본’은 애플의 아이폰 가격에서도 나타난다. 시장조사업체인 MM종합연구소가 34개국의 아이폰13(128GB) 가격을 엔화로 환산해 비교한 결과 일본이 가장 쌌다. 일본의 아이폰13 가격은 9만8800엔으로 유일하게 10만엔 이하였다. 12만6433엔인 세계 평균보다 2만7000엔(21%)가량 더 쌌다.

작년 9월 아이폰13이 처음 발매됐을 때 환율로는 홍콩의 가격(9만6692엔)이 일본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엔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홍콩의 가격이 일본보다 비싸지게 됐다. 애플은 지난 1일 일본의 아이폰13 가격을 11만7800엔으로 19% 인상했다.

해외여행이 만만치 않은 여가 수단으로 변하면서 일본에서는 명품 시장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해외에서 비싼 물가에 움츠러드느니 자국 내에서 풍족하게 쓰자는 심리 때문이라고 일본의 민영방송사 WBS는 분석했다. 여기에 엔저로 수입가격이 점점 오르자 ‘오늘이 제일 싸다’며 소비자들이 명품 구매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일본의 명품 전문 매장에서 롤렉스 ‘코스모그래프 데이토나’는 5만123달러(약 6504만원)라는 가격에도 주문이 몰리고 있다. 미국 현지 매장에서는 같은 상품이 1만달러 가까이 비싸게 팔린다.

이 덕분에 일본시계협회는 2021년 손목시계 시장 규모가 7139억엔으로 1년 전보다 15% 커진 것으로 추산했다. 일본백화점협회에 따르면 5월 백화점 매출은 3882억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7.8%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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