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국제 환투기 세력, 25년 만에 한국 원화 공격하나

입력 2022-07-17 17:15   수정 2022-07-18 00:27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인플레 저주’라 부를 만큼 충격적으로 나옴에 따라 국제금융시장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6월 CPI 상승률 9.1%는 단순비교 시 1980년대 초 이후 40년 만의 최고치이지만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의 새로운 물가 추계방식대로라면 사상 최고치에 해당한다.

외환위기 경험국으로 우리가 가장 주목해서 봐야 할 변화는 국제 환투기 세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달 말 미 중앙은행(Fed)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이상 올리면 1990년대 중반보다 더 심한 대발산(Great Divergence)이 발생해 환투기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대발산이란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미국과 다른 국가 간 금리가 추세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했던 1994년 이후부터다. 미국은 당시 현안이던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1994년 연 3.75%였던 기준금리를 2년 만에 연 6%로 올렸다. 반면 독일 분데스방크를 비롯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내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95년 4월에는 일본 경제를 살리기 위한 ‘역(逆)플라자 합의’ 이후 ‘루빈 독트린’ 시대가 전개됐다. 루빈 독트린이란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재무장관이었던 로버트 루빈이 강달러가 자국의 국익에 부합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전개한 슈퍼 달러 시대를 말한다. 타깃 통화인 엔·달러 환율은 79엔에서 148엔까지 급등했다. 이 때문에 ‘서든 스톱(sudden stop·갑작스러운 자금유출)이 예상됐던 신흥국 통화가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되면서 1994년 중남미 외채위기,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까지 이어지는 연쇄 위기가 발생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당시 대발산과 강달러를 주도했던 Fed 의장과 재무장관 이름을 따 ‘그린스펀·루빈 쇼크’라고 부른다.

이달 말 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만 인상하더라도 1990년대 중반 이후 2년에 걸쳐 이뤄진 2.25%포인트 인상이 불과 5개월 만에 단행된다. 반면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은 금리를 올리지 않는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있다. 달러 가치도 미국이 인플레를 안정시키기 위해 강세를 용인하는 과정에서 ‘제2의 루빈 독트린’이라 불리는 ‘옐런 독트린’이란 용어까지 나오고 있다. 인플레가 불거지기 시작한 지난해 5월 이후 달러인덱스는 20% 급등했다.

환투기 세력이 고개를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신흥국 통화가 표적이 됐던 1990년대 중반 이후와 달리 최근에는 달러화 이외 선진국 통화도 표적이 되고 있는 점이 눈에 들어온다. 유로화 가치는 20년 만에 패리티(1달러=1유로)가 붕괴됐다. 엔·달러 환율도 20년 만의 최고 수준인 140엔에 육박하고 있다.

신흥국 통화가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된 지는 오래됐다. 스리랑카, 네팔, 방글라데시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데 이어 조만간 엘살바도르, 가나, 이집트, 튀니지, 파키스탄 등이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모리스 골드스타인의 위기판단지표로 보면 취약 신흥국 74개국 중 무려 58개국이 환투기 세력에 의해 희생당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와 제2의 그린스펀·루빈 쇼크에 해당하는 ‘파월·옐런 쇼크’가 우려된다.

최대 관심사는 한국 원화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또다시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공격당할 것인지 여부다. 아직까지 환투기 세력의 표적이 될 만큼 외화 사정이 악화되지 않았지만, 무역적자 폭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 달러표시 외환보유액이 갑자기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환율정책이 원화 약세를 통한 ‘수출 증대’보다 원화 강세를 유도해 ‘수입물가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을 계기로 상시적인 한·미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 우리 자체적으로 비상시 기업이 보유한 외화와 연대하는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공공선)’ 스와프 협정도 검토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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