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뛰자 '전세 역전'…강남·북 할것 없이 월세만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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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18 17:36   수정 2022-07-26 15:38

대출금리 뛰자 '전세 역전'…강남·북 할것 없이 월세만 쏟아진다


“지금은 보증금 5억원에 월세 100만원에 살고 있는데 요즘 시세를 보니 월세가 200만원까지 올랐어요. 앞으로 월세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서울 송파구 잠실의 한 대단지 전용 84㎡ 아파트에 사는 회사원 정모씨는 벌써부터 계약 갱신을 걱정하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대신 반전세를 택했지만 가파른 금리 인상 여파로 월세 가격도 급등하고 있어서다. 전세로 전환하려고 해도 13억~15억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금리 인상기가 본격화하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보증금은 그대로 둔 채 월세만 올리는 준전세가 빠르게 늘면서 오는 8월 나오는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임대차 물건들도 월세 전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금리 인상과 함께 전·월세 전환비율도 같이 오르는 만큼 임차인 부담은 심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월세 매물이 전세 압도”
18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요 단지에선 월세 물량과 전세 물량이 역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초구 서초동 ‘서초푸르지오써밋’의 월세 물량은 이날 기준 86건으로, 전세 물량(52건)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이 단지의 전세 물량(78건)은 월세 물량(30건)의 배 이상이었다. 지난 6일 역전해 지금은 월세 물량이 전세보다 60% 이상 많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아이파크’ 역시 전세 물량(22건)보다 월세 물량(58건)이 많아졌다. 이 단지도 지난달 1일 기준으로는 전세 물량과 월세 물량이 각각 29건, 26건으로 전세가 많았지만 이달 들어 월세 물량이 크게 늘었다.

비강남 지역도 월세 선호 현상은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은 전세와 월세가 각각 27건, 43건 시장에 나와 있다. 마포구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도 전세가 27건, 월세가 42건으로 배 가까이 월세가 많다.

월세 물량이 전세를 앞지른 데는 금리 인상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16일 미국 중앙은행이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 이달 13일 한국은행이 ‘빅스텝’(한 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밟으면서 시중 대출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연 6%대까지 올라가면서 이자 비용 대신 월세를 원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잇따른 금리 인상으로 월세화가 가속화할 전망”이라며 “대출금리가 급등하면 세입자들은 전세대출을 받아 은행에 이자를 내기보다 집주인에게 월세를 내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추후 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면 집주인과 한번 계약하면 이후 일정한 월세를 내는 선택이 훨씬 낫다”고 덧붙였다.
임대차 물량에 잠재적 구매자 수요까지
금리 인상기라고 월세가 무조건 유리한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기본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면 전세 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하는 전·월세 전환비율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4.7%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아졌다. 5월 충남 전·월세 전환율은 6.0%, 전북은 5.8% 등을 나타냈는데 이는 전세자금대출 금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리 인상기에 전세 대신 월세를 택하는 게 유리할 수는 있지만 월세 부담도 구조적으로 가중될 수밖에 없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높아지면 월세로 전환되는 비율도 구조적으로 함께 늘어난다”며 “법적 전·월세 전환비율은 기준금리에 2%를 더하는 것인 만큼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오는 8월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임대차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전세 보증금 인상분을 월세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전세를 선호하던 분위기가 금리 인상기를 맞아 바뀌고 있다”며 “불확실한 시장을 피하기 위한 주택 잠재구매자들의 대피성 임대수요까지 겹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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