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금리 앞에 장사 없다’는 시장 격언처럼 지방과 수도권을 가리지 않고 내림세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단기 급등세를 보였던 수도권 남부를 중심으로 매주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주(18일 기준) 경기 아파트가격은 전주 대비 0.06% 떨어졌다. 11주 연속 내림세다. 낙폭도 전주(-0.04%) 대비 0.02%포인트 커졌다. 이는 2019년 6월 24일(-0.07%) 이후 2년여 만의 최저치다.
안양, 수원, 화성 등에선 최고가 대비 30% 하락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안양 평촌동 ‘인덕원 대우’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8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신고가(12억4000만원·작년 8월) 대비 30% 떨어진 가격이다. 수원 권선구 세류동 ‘수원역해모로’ 전용 84㎡는 이달 초 6억250만원에 팔려 작년 10월 기록한 신고가(8억2500만원)에서 27% 빠졌다.
화성 동탄신도시 ‘더샵레이크 에듀타운’ 전용 84㎡는 신고가(11억6500만원·작년 8월)에서 27% 빠진 8억5000만원에 지난달 거래됐다. 1년 새 3억원 이상 떨어졌다.
경기 지역 아파트 거래량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경기 지역 부동산 거래량은 상반기(1~6월) 기준 총 14만751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24만5055건에 비해 42.6% 줄었다. 특히 아파트 거래량이 같은 기간 9만1506건에서 2만9334건으로 무려 67.9% 급감했다.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가 모인 강남(-0.02%)과 대통령실 이전 후 개발 호재 이슈로 강세를 보인 용산(-0.02%)까지 낙폭을 키우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2018년 11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32주 연속 하락한 바 있지만 당시엔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규제에 따른 영향이었다.
지금은 금리가 가장 큰 변수라는 데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없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적어도 1년간 금리 인상이 잇따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만큼 이 기간 집값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기준금리 2%라는 임계점을 이미 넘어섰기 때문에 공급 물량, 규제 개선, 인플레이션 등 다른 변수들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공급 물량에 따라 변곡점이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예컨대 지방광역시 중에도 공급 물량이 많은 대구(전주 대비 -0.18%) 대전(-0.10%)은 대세 하락장이 시작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반면 광주(-0.01%)와 부산(-0.02%)은 아직까지는 하락장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서울은 2024년까지 공급 물량이 부족하다”며 “서울은 집값 하락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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