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땅한 방법 없어 막막"…'전기료 쓰나미'에 중소기업 '초비상' [김진원의 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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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24 15:08   수정 2022-07-24 16:10

"마땅한 방법 없어 막막"…'전기료 쓰나미'에 중소기업 '초비상' [김진원의 머니볼]



연간 6만t 이상의 구리를 전기로로 녹여 전기차 케이블 부스바(busbar)용 구리판을 만드는 동박판 제조전문 A사는 부쩍 오른 전기요금으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한국전력에 지불하는 전기요금이 작년 연간 60억원에서 올해 70억원으로 10% 넘게 늘기 때문입다. 전기요금이 전체 제조원가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A사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가 상승과 한전의 누적적자 확대 등의 영향으로 연내에 전기요금이 전년 대비 최대 27% 인상(㎾h 당 110원→140원)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전력 사용이 많은 중소기업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업종 특성상 전기를 많이 사용하고 매출 규모가 작은 금속가공·주물·열처리·금형 등 ‘뿌리 중소기업’들의 타격이 클 전망입니다. 중기 업계는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등으로 충격을 줄여줄 것을 요청하고 나섰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은 ‘예고된 위협’이지만 중소기업들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A사 공장장은 “전기요금이 지난 4월 ㎾h(킬로와트시) 당 4.9원 인상됐고, 오는 10월 추가로 4.9원이 오를 예정”이라며 “‘기후환경요금’을 이유로 ㎾h 당 2원 추가인상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정말 막막하다”고 토로했습니다.

주물업체인 B사 대표도 “과거엔 전기요금이 조금이라도 싼 심야전기를 사용하기 위해 야간 작업을 하거나, 전기 수요가 적어 피크타임제 적용을 안 받는 주말에 작업하면서 비용을 절감했지만 이제는 인건비 인상 탓에 이런 방법을 택하기도 어렵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전기요금 부담은 단순히 생산비용 증가에서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용 알루미늄 케이스 가공기업 B사 대표는 “전기요금이 지난 3월 1억8000만원에서 오는 10월 2억100만원으로 8.8% 이상 오를 전망”이라며 “수출포장용 박스를 납품하는 회사의 납품단가 인상 요청부터 에어컨이 설치된 함바집(직원식당) 운영 비용 증가까지 연쇄적으로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중소기업 전용요금제’ 도입 등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편과 고효율 기기 교체지원 확대 등의 조치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中企 덮치는 ‘전기료 쓰나미’
“전기요금 인상은 영세 중소기업들을 연쇄적으로 쓰러뜨리는 ‘티핑 포인트’(급변점)가 될 수 있습니다.”

한 주물업체 대표는 “한국전력의 예고처럼 전기요금이 추가 인상될 경우 연간 8억원 이상의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같이 우려했습니다. 그는 “인건비와 원자재가 등 모든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이 없어 매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라고 갑갑해 했습니다.

24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중소기업이 부담하는 올해 전기요금 인상분은 ㎾h(킬로와트시) 당 16.8원에 달할 전망입니다. 현행 전기요금(㎾h 당 110원) 대비 15% 이상 인상입니다. 한국전력은 지난 4월 전기요금을 구성하는 기준연료비를 ㎾h 당 4.9원 올리고 10월에도 4.9원을 추가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중소기업에게 보냈습니다. 기후환경요금도 ㎾h 당 2원을 올리는 것에 더해 연료비 조정단가도 연간 한도치인 5원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한전은 추가로 기준 연료비 조정,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확대, 연료비 미수금 정산제도 도입 등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 최대 ㎾h 당 30원 이상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옵니다.

㎾h당 전기요금이 30원 늘게 되면 산업계 전체적으로는 약 8조원의 전기요금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됩니다. 늘어난 전기료 부담 만큼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문제는 전기요금 인상의 충격이 영세한 중소기업에게 더욱 치명적이라는 것입니다. 뿌리 기업의 생산 비용에서 전기 요금의 비율은 최대 30%에 이릅니다.

유진투자증권의 ‘산업별 전기요금 인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요금이 ㎾h 당 30원 오를 경우 전체 산업 매출액에서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기존 2.3%에서 3%로 상승합니다. 비용부담이 큰 24개 업종 가운데 중기 관련 7개 업종인 △목재·나무제품 △섬유제품 △비금속광물제품 △인쇄·기록매체 △펄프·종이·종이제품 △1차금속 △금속가공제품 등은 매출액 대비 전기요금 비중이 1%포인트 이상 올라갈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영세한 업종에서 매출액 대비 전기요금 비중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소기업은 다른 에너지원 대비 전기 의존도도 특히 높습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78.7%를 전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대기업의 에너지 전력 의존 비율 48.5%의 1.62배입니다.

전기를 비싸게 쓰고 있기도 합니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요금 할인제도는 따로 없습니다. 각 기업은 요일과 시간대를 배분해 전기를 사용합니다. 대기업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을 활용해 가격이 저렴한 심야 시간대 경부하 요금 전력을 충전해 사용합니다. 반면 중소기업들은 ESS 설비 투자 여력이 없고 조업시간이 정해져 있어 중간부하 시간대 전력을 주로 사용합니다. 2020년 국정감사에서 중소기업이 2016~2020년까지 5년간 같은 전력량 기준으로 대기업보다 11조원 이상 비싼 전기를 사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중소기업용 요금제 절실”

중소기업계에선 중기 현실을 고려한 전기요금 인상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신용문 뿌리산업위원회 위원장은 “한전 측에 중소 뿌리업계의 현실을 고려해 단계적인 완만한 전기료 인상을 요청했다”고 했습니다.

특히 전기요금의 3.7%에 해당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을 면제해주는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제’ 도입 등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2015년 한시적으로 일부 실시돼 중소기업의 경영부담을 크게 낮췄던 전례도 있는 만큼, 상시 적용의 걸림돌도 적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계는 토요일 전기요금을 낮추고, 전기요금이 비싼 여름철과 겨울철 요금으로 분류된 6월과 11월 전기요금을 봄·가을 요금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현재 토요일 낮 시간대 요금은 중간부하 요금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이를 경부하 요금으로 낮춰달라는 것입니다. 토요일 낮 시간대의 전력망에 가해지는 최대부하가 평일의 중간부하 보다 적다는 것이 근거다. 냉·난방 수요가 많은 여름·겨울철 요금은 봄·가을 요금 대비 현재 약 1.5배 비쌉니다. 환절기인 6월과 11월을 각각 여름·겨울에서 봄·가을로 바꾸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크게 줄어듭니다.

이외에도 중소기업들은 경부하 시간대에 전기를 충전해 낮 시간대에 생산설비를 돌릴 수 있도록 하는 에너지저장장치(ESS) 투자와 저효율 생산설비를 고효율 생산설비로 바꾸는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 전기요금 등 전력정책을 수립하는 산업통상자원부 내 전력정책심의회의 구성에 기업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경제단체 위원이 포함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현재 전력정책심의회는 중앙행정기관 및 시민단체 추천 인원 등으로만 구성돼 있습니다.
현실 반영못한 요금제, ESG에까지 영향 미쳐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 제도는 복잡한 경제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현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전기요금 할인제도는 따로 없습니다. 각 기업은 요일과 시간대를 배분해 전기를 사용합니다.

산업용 전기요금은 가장 수요가 적은 심야 시간대(밤 11시~아침 9시)의 경부하 요금을 기준으로 약 1.5배 비싼 중간부하 요금(아침 9시~10시, 낮 12~1시, 오후 5시~밤 11시)과 약 2배 비싼 최대부하요금(오전 10~낮12시, 오후 1시~5시)으로 나뉩니다.

전기 수요가 적은 일요일과 법정공휴일은 낮 시간대(최대부하요금대)에도 경부하 요금으로 계산됩니다. 반면 토요일은 낮 시간대를 중간부하 요금으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적잖은 제조 중소기업들이 주문받은 물량을 생산하고 납기를 준수하기 위해 토요일에 근무하길 원하고 있지만 다락같이 오른 인건비뿐만 아니라 높은 전기요금도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전기요금 인상은 전세계적으로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국내 한 페인트 제조사 생산담당임원은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저감하자는 RE100에 가입하고 전기료 등 에너지 비용 지출을 줄여 나가기 위해 각종 지표를 타이트하게 설정한 상황”이라며 “전기료 인상은 단기적으로 ESG 경영 목표를 달성하기 매우 어렵게 만드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친환경페인트 등 신제품 개발에 투입될 자금을 마르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습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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