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현금 짜내 회사채 상환도…기업 유동성, 5개월새 11조 급감

입력 2022-07-25 17:39   수정 2022-07-26 01:00

“현금 중심 경영에 나서달라.”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1일 그룹경영회의를 열고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사장단과 전 임원에게 지시했다. 경기 하강 속도가 빨라질 것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하라는 주문이다. 지난달 말 포스코그룹의 현금을 포함한 유동성은 17조9390억원으로 3월 말보다 1조6450억원 줄었다.


최근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기업의 ‘돈가뭄’이 심해지고 있다. 기업이 보유한 유동성은 올 들어서만 10조원 넘게 감소했다. 자금줄이 말라붙으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한 일부 기업의 신용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회사채 발행액 전년 동기 대비 26.6%↓
2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말 기업(예금취급기관 제외)이 보유한 통화량(M2)은 1075조564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조9104억원 줄었다. 작년 1~5월 기업의 통화량이 전년 말 대비 42조3182억원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흐름이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에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같은 단기 금융상품까지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통화지표다.

기업 유동성이 급감한 것은 최근 자금시장 경색 흐름과 맞물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7월 25일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53조429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2조8323억원)에 비해 26.6% 줄었다. 역대 회사채 발행액 기준으로도 2018년(47조8642억원) 이후 4년 만에 가장 적었다.

올 들어 7월 25일까지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에서 상환액을 제외한 금액)은 6조7372억원에 불과했다. 작년 같은 기간 순발행액(25조9283억원)에 비해 74.0%(19조1911억원)나 줄었다. 올해 회사채 순발행액은 2017년(1월 1일~7월 25일) 후 5년 만에 가장 적었다.

회사채 발행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건 시장금리가 급등한 탓이 크다. 이날 오전 회사채 AA-등급 금리는 연 4.062%로 전 거래일보다 0.073%포인트 하락했다. 이날은 내렸지만 작년 최저치(2021년 8월 19일·연 1.790%)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2.25%로 인상하는 등 시중 유동성을 흡수하는 긴축 정책을 이어간 영향이다.
LCC 재무부담 가중
치솟는 금리에 기업들의 자금 사정도 팍팍해지고 있다.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차환하지 못해 ‘현금 곳간’을 헐어 상환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12일 만기가 도래한 회사채 3000억원을 현금으로 갚았다. 포스코건설도 10일 만기가 도래한 1억달러(약 1300억원) 규모의 외화채권을 모두 상환했다. 현대로템(1000억원), 무림페이퍼(150억원)도 각각 만기일에 공모와 사모 회사채를 상환했다. 이들 기업은 회사채를 인수할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거나 치솟는 금리에 부담을 느껴 빚을 갚은 것이다. 기업 내 현금 등 유동성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부채비율이 1000% 안팎으로 치솟은 저비용항공사(LCC)는 ‘울며 겨자 먹기’로 고금리로 자금을 빌려 근근이 버티고 있다. 지난 3월 말 부채비율이 925%에 달한 제주항공은 5월 채권형 신종자본증권(영구채) 630억원어치를 발행했다. 이 영구채 금리는 연 7.4%로 결정됐다. 발행 후 1년 뒤인 내년 5월부터는 금리가 연 12.4%로 껑충 뛴다. 3월 말 부채비율이 1431.5%인 에어부산도 지난 19일 사모 영구 전환사채(CB) 100억원어치를 연 5.9~8.9%에 발행했다.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일부 한계기업의 신용 리스크도 부각될 전망이다. 22일까지 하도급업체 노조 파업으로 8000억원대 손실을 본 대우조선해양의 자금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3월 말 기준 대우조선해양의 단기차입금은 2조7280억원에 달한다. 높은 부채비율(523.2%)로 추가 자금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원이 없다면 연내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계기업이 줄도산 위기에 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중소기업 두 곳 중 한 곳은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좀비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대기업 비중은 22.5%, 중소기업은 48.4%에 달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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