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이 “금융 산업에서 방탄소년단(BTS)과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 열린 제1차 금융규제혁신 회의에서다. 그런데 왠지 흘러간 레퍼토리처럼 들린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금융의 삼성전자’ ‘한국판 골드만삭스’ 등 포장만 바꿔가며 비슷한 청사진이 이어진 탓이다. 원조는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다. 2003년 12월 국정과제 회의에서 “서울을 아시아 금융 허브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2007년까지 규제·감독 시스템 혁신으로 기반을 구축하고, 2012년에 자산운용업 중심의 금융허브를 완성한 뒤 2020년까지 홍콩·싱가포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아시아 3대 금융허브로 발전한다는 로드맵까지 내놨다.때마침 세계 금융 주도권 싸움의 판이 바뀌고 있다. 핀테크로 대변되는 디지털 금융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기존 금융을 대체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미래 금융의 주력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핀테크를 필두로 오픈뱅킹, 디지털 플랫폼, 인공지능(AI)형 금융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기회가 열리고 있다. 디지털 금융 시장 규모는 2025년에 460조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국이 ‘디지털 금융 허브’ 구축에 사활을 걸고 나선 이유다. 실리콘밸리와 뉴욕이 앞서가는 가운데 런던이 추격하고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 룩셈부르크는 물론 우리 경쟁 상대인 홍콩과 싱가포르도 국가 차원의 총력전을 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금융규제혁신위원회를 출범하고 금산분리, 비금융 정보 활용 등 전방위적 규제 개선 논의에 착수했다. 대부분 전통적인 금융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게 한계다. 금융의 BTS란 구호를 제외하면 미래지향적 혁신은 눈에 띄지 않는다. 디지털 금융 중심지를 향한 새로운 로드맵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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