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만원짜리 티셔츠도 '불티'…제대로 대박 터진 사업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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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7-28 14:47   수정 2022-07-29 15:16

수십만원짜리 티셔츠도 '불티'…제대로 대박 터진 사업 [박동휘의 컨슈머 리포트]


패션 창업은 도박의 세계와 비슷하다. 모든 비즈니스엔 위험과 기회가 야누스처럼 공존하지만, 패션 브랜드 창업은 유독 폭망과 대박의 양극을 더 쉽사리 오간다. 요즘 우후죽순처럼 나오는 골프웨어만 해도 원가 대비 10배가 넘는 가격 태그를 달고 있다는 것이 패션 업계의 정설이다. 수익률로 치면 1000%를 넘나든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패션 창업자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나온다. “패션 대박에 한 번 빠지면 다른 사업은 못한다”


한 방을 제대로 터트린 대표적인 사례는 MLB다. 김창수 F&F 회장이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의 브랜드로 옷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MLB가 중국에서 유행할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거의 없었다. 중국은 야구의 볼모지다. 굳이 ‘양키 스포츠’ 중 중국에서 통할 종목을 고르라고 한다면 농구가 훨씬 상식에 부합할 것이다. 중국엔 야오밍이란 걸출한 농구 스타가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식을 실천한 곳이 한세엠케이다. NBA로 패션 브랜드를 만들어 중국에 출시했다. 2013년에 NBA 차이나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작년 말 기준으로 중국에서 NBA 164개, NBA 키즈 75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1997년 MLB를 출시한 F&F의 대박 경로를 따라가려는 셈법이다. 하지만 실적은 신통치 않다. 작년까지 내리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매출도 2019년 3074억원에서 2020년 2202억원으로, 작년엔 2076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왜 MLB는 대박을 터트렸는데 NBA는 그렇지 못한 것일까. 혹자는 김창수 회장의 탁월한 경영 능력을 꼽기도 한다. 한국 면세점의 큰 손인 중국 보따리상들의 구매 추이 등 데이터를 분석해 효과적으로 마케팅을 펼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다소 결과론적이며, 특정 기업인을 신격화하는 것 이상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MLB를 성공시켰던 요인 분석이 완벽하다면, 제2의 MLB를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라이선스 브랜드에 이어 요즘 너도나도 대박을 꿈꾸며 뛰어드는 영역은 골프 패션이다. 타이틀리스트, PXG, 지포어, 제이린드버그 등 초고가 골프웨어 시장에 불이 붙자 대열에 합류하려는 불나방들이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작년 한 해에만 60여 개의 골프복 브랜드가 나왔을 정도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원가 대비 가격을 기준으로 일반적인 옷들은 대략 3배 정도인데 골프복은 최소 10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초고가를 표방하는 골프웨어 브랜드들은 티셔츠 한 장에 수십만원의 가격표를 붙인다. 그래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이 분야의 대박 사례로 회자되는 이는 정재봉 사우스케이프 회장이다. 한섬의 창업자인 그는 현대백화점에 한섬을 매각했다. 이 때 손에 쥔 돈으로 남해에 럭셔리 골프클럽 사우스케이프를 건설했다. 골프웨어 붐이 일자 동명의 패션 브랜드를 선보였는데 단숨에 럭셔리 브랜드로 급부상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정재봉 회장이 골프장으로 까먹은 돈을 패션으로 만회했다는 말이 파다하다”고 말했다.

사우스케이프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794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성장했다. 2020년 36억원에 불과했던 패션 부문 매출은 작년에 157억원으로 불어났다. 소문처럼 정 회장이 골프복으로 엄청난 대박을 터트렸다고 하기엔 과장된 측면이 있지만, 패션 업계의 대부다운 행보임에는 분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골프웨어의 경쟁력은 기획력과 디자인이다. 국내 골프웨어 분야 1위인 크리스F&C는 이와 관련해 감사보고서에서 이렇게 설명해놨다. “브랜드를 보유한 패션 기업 대부분이 기획, 디자인 부문에 주력하며 외부 협력업체를 통하여 상품 완사입, 외주 임가공 방식 등을 통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외주 의존도가 높음에 따라 협력업체와 유기적인 생산 체계 구축 및 지속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고가 골프웨어는 국내 제조가 많다. 각사가 어떤 곳과 거래하는 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골프웨어 업계 관계자는 “제조 공장별로 박음질 등의 디테일 등에서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원단의 품질 등 원가 측면에선 거의 차이가 없다”며 “고가 골프웨어를 사는 소비자는 품질을 보고 사는 게 아니라 차별화된 브랜드의 가치를 소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패션 브랜드의 수익률이 워낙 높다보니 대기업 계열의 패션 회사들은 고가의 해외 브랜드를 수입하는데 혈안이다. 골프웨어에선 코오롱FnC가 지포어로 대박을 터트렸다. 토종 패션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이 최근 북유럽 스타일의 초고가 브랜드를 들여온 것도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한 전략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만 해도 아미 등 해외 브랜드가 실적 개선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신사, 지그재그, W컨셉, 29cm 등 다양한 패션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패션업계의 위기 요인은 감소하는 추세다. 무신사는 다음 시즌을 준비하는 소규모 패션 창업자들에게 무이자로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다. 온라인으로 옷을 주문하는 일이 일상화되면서 신생 브랜드들의 생존률은 백화점이란 단일 채널에 의존해야했던 과거보다 훨씬 높아지고 있다. 어쩌면 K패션의 세계화는 이들 패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물산, 코오롱FnC, LF 등 대기업조차 못한 일을 스타트업들이 해낼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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