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하던 당대표”라고 비판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메시지가 지난 26일 공개되면서 여권이 혼란에 휩싸였다. 이 대표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그대로 드러난 데다 ‘당무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강조해온 윤 대통령의 원칙과도 결이 달라 후폭풍이 크다. ‘대통령 대화 노출’이란 초유의 사태를 야기한 당사자인 권성동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당일 침묵하던 대통령실은 하루 지난 27일 입장을 내놨다. 최영범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통령과의) 사적 대화 내용이 노출돼 국민이나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며 권 대행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어 “권 대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당을 잘 이끌고 와준 데 대한 격려 차원에서 얘기한 게 아닌가 짐작만 하고 있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권 대행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적 문자 내용이 제 부주의로 유출·공개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송구하다”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문을 올린 지 하루 만에 다시 사과한 것이다.
특히 청년 정치인들이 크게 반발했다. 이 대표와 가까운 만 29세의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대통령의 성공과 국민의힘의 변화를 바라는 청년들의 염원이 담긴 쓴소리를 어찌 내부 총질이라고 단순화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김용태 청년최고위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당대표를 싫어했다는 소문이 원치 않은 방식과 타이밍에 방증된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공개된 메시지에서 대통령 뜻이 확실히 드러난 만큼 앞으로 당이나 의원들이 생존을 위해 대통령 앞에 더 엎드리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최 수석은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설’에 “당무는 당과 지도부가 알아서 잘 꾸려나갈 일이고 대통령께서 (당무에) 하나하나 지침을 주거나 한 일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성일종 정책위원회 의장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 징계에) 윤심이 작동했다는 것은 다 추측”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사태로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통한 지도부 교체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조심스레 나온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분간 국민의힘이 조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권 대행 체제를 정상적인 체제로 바꾸자는 요구가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어떤 경위인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자가 공개된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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