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운대는 캔버스에 있습니다

입력 2022-07-28 16:54   수정 2022-07-29 01:40


투명한 창문 너머로 보이는 탁 트인 해운대 바다, 철썩이는 파도와 함께 들려오는 갈매기와 선박 고동 소리,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마주할 수 있는 모래사장…. 여름이면 부산은 더욱 매력적인 도시가 된다. 여름 휴가철에 바다를 보러 ‘부산 호캉스’를 떠나는 사람이 많다.

바닷가의 호텔이 지닌 여유롭고 풍요로운 분위기를 완성해주는 건 호텔 곳곳에 숨겨진 아트워크(예술작품)다.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해주는 장식품으로만 생각하면 오산이다. 때로는 바닷가의 풍경을 극대화해주고, 때로는 일상과 더위를 피해 온 투숙객에게 ‘진정한 휴식’을 느끼게 해준다.

부산 해운대 엘시티에 있는 ‘시그니엘 부산’의 로비는 전시된 작품만 놓고 보면 여느 갤러리 못지않다. 체크인 순서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마저 이 호텔에선 ‘예술’이 된다. 3층 로비에 들어서면 가장 눈에 띄는 건 허공을 유영하는 듯한 레안드로 에를리치의 ‘플라잉 보트(Flying Boat)’. 아르헨티나 출신인 에를리치는 일상적이고 친숙한 소재를 전복시키는 작품으로 유명하다. 천장에 비스듬히 매달려 있는 은색 보트는 물이 아니라 허공을 유유히 헤엄친다. 실재와 환상 사이, 그 어딘가에 있는 보트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

다른 한쪽에는 새까만 일곱 개의 돌덩이로 만든 김희용 작가의 작품 ‘새기다-기(氣)’가 자리 잡고 있다. 한 덩어리에 100㎏이 넘는 다섯 개의 커다란 돌이 수직으로 탑을 이루고 있다. 가까이서 돌을 들여다보면 표면 위에 무수한 나선형의 선이 새겨져 있다. 나머지 두 덩어리는 탑 주변에 조용히 놓여 있다. 단단한 돌이 주는 기운과 고요함이 특징이다.

그 옆에는 모래사장 위에 툭 떨어진 듯한 돌덩이가 눈길을 끈다. 언뜻 보면 사진 같지만, 사실은 윤위동 작가가 붓으로 완성한 유화 ‘모놀로그(Monologue)’다. 극사실주의를 추구하는 윤 작가의 작업 스타일이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 모래에 레진과 아크릴 물감을 더해 사실감을 극대화했다.

해운대 바다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작품들도 있다. 에단 박의 ‘파도’가 그렇다. 역동적인 파도의 움직임과 바다의 심연을 캔버스에 담았다. 잔잔하고 고요한 바다가 아니라, 변화무쌍하고 격동적인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보영 작가의 ‘달을 담다’는 그보다 좀 더 잔잔하다. 바다의 쪽빛으로 천연 염색한 한지를 한층 한층 붙여서 항아리를 만들었다. 얇은 한지에 스며든 오묘한 빛이 푸른 바다를 연상시킨다.

예술 작품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핫한’ 예술 작품을 준다. 시그니엘 부산은 지난달 고상우 작가의 대체불가능토큰(NFT) 작품을 포함한 스위트룸 숙박 패키지를 선보였다. 2016년 팝스타 마돈나가 작품을 사들이면서 ‘스타덤’에 오른 작가다. 디지털 펜으로 푸른빛의 호랑이, 사슴, 표범 등 멸종위기 동물을 그리는 게 특징이다. 이 패키지를 예약하면 고 작가의 NFT 신작 한 점을 준다. 연말까지 선착순으로 예약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일러스트레이터 김참새의 판화 ‘C-4’, 초현실주의 작가 이예지의 유화 ‘트윙클링 나이트(Twinkling Night)’와 연계된 숙박 패키지도 인기를 끌었다.

그랜드조선부산은 아예 호텔 안에 아트갤러리를 들였다. 4층에 있는 가나부산에선 통창을 사이에 두고 해운대 바다와 전시 작품이 한데 어우러진다. 가나부산은 다음달 7일까지 김창열, 도성욱, 박서보, 오치균 등 국내 작가 11명이 참여하는 ‘썸머 컬렉션’을 연다. 수영장 그림으로 유명한 ‘팝아트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 강렬한 원색의 물감과 낙서 등으로 유명한 애드가 플랜스 등 해외 작가들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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