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초등학교 입학 결사반대"…맘카페 단톡방 불났다

입력 2022-07-30 08:31   수정 2022-07-30 17:55


정부가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시점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히자 30일 학부모와 교사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교육 서비스 시기를 앞당겨 교육 격차를 줄인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육아부담이 더 늘어나고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29일 초등학교 조기입학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새 정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초·중·고교 12년 학제를 유지하되 취학 연령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하게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초등 입학 연령은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에 초등학교에 입학시켜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즉 만 6세, 한국나이로 8세가 되는 해에 입학하는 건데 이를 만5세로 1년 낮추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사회적 합의가 된다면 2025년부터 1년 앞당기는 조기 입학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6-3-3-4제(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4학년)는 그대로 유지한다.
○육아 부담 오히려 늘어날 것
교육부가 초등학교 입학 시점을 1년 앞당기는 까닭은 맞벌이 부부 증가 등으로 유아 돌봄 등 조기 교육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어서다. 공교육 서비스 시기를 앞당겨 지역·소득 등에 따른 교육 격차도 줄인다는 방침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의 사회 진출 시기를 앞당겨 취업 결혼 출산 등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도 깔려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선 반대하는 목소리가 훨씬 큰 상황이다. 이 소식이 알려진 뒤 유아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맘카페와 단톡방에서는 결사반대를 외치는 글들이 끊임 없이 올라오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학부모 성모 씨(38)는 “첫째 아이는 유치원을 졸업할 때까지 한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또래 친구들보다 발달이 늦어 초등학교 1년 내내 학교를 보내면서 걱정이 많았다”며 “2020년생인 둘째는 1년 먼저 보내야하는데 벌써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안양의 맞벌이 학부모 김모 씨(40)는 “유치원은 오후 6시까지 아이들을 봐주지만 초등학교는 12시면 끝나고 이후엔 돌봄 서비스를 따로 신청해야하는데 그 경쟁률도 만만치 않다”며 “맞벌이 부부의 육아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 고양의 학부모 정모 씨(38)는 “학교 수업 시간이 짧아서 끝나면 돌봄교실, 태권도, 미술학원 등을 뺑뺑이 돌린다”며 “여름방학도 유치원보다 길어서 한숨이 나오는데 도대체 이런 현실을 알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동의 정서적 발달에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한국사립유치원 협의회는 “만 5세를 입학시키면 유아발달에 적합한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19~2021년생 대입·취업도 불리”
일각에선 조기 입학이 시작되는 2025년부터 학생 수가 일시적으로 급증해 교실·교원 등이 부족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학령인구가 계속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동급생 수가 급증하진 않을 것”이라며 “모의분석 결과 학생 감소 수와 남는 공간이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유아기 아동의 발달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며 “현재도 개인 선택에 따라 초등학교 조기 입학이 허용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선택하지 않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취학연령을 낮추는 방안 노무현 정부 때부터 꾸준히 검토돼왔던 사안이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당겨 사회진출 시기도 빨라지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적 파장이 클 것이란 지적에 부딪혀 실제 학제개편 방안이 추진되진 못했다.

이번 정부의 방안도 추진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부의 현재 시나리오대로라면 2025∼2028학년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만5·6세가 함께 수업을 받게 돼 학부모들의 혼란과 반발이 클 전망이다. 해당 연령대 아이들은 같은 해 대입을 준비하는 인원도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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