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애 "만5세 입학, 학부모 의견 들어 점진 시행"

입력 2022-08-01 17:35   수정 2022-08-03 10:09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6세에서 5세로 1년 앞당기는 학제 개편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사진)이 “해마다 1개월씩 12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학부모와 교사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는 분위기다. 일각에선 교육부가 ‘백년지대계’인 교육 정책을 여론 수렴 과정도 없이 덜컥 내놔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순애 “다양한 대안 검토”
박 부총리는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초등학교 입학 연령 하향 조정 방안은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9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이르면 2025년부터 4년에 걸쳐 차례로 취학 연령을 1년 낮추는 학제 개편안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개편안에 따르면 2025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어린이는 2018년 1월~2019년 3월생이다. 2026년에는 2019년 4월~2020년 6월생, 2027년에는 2020년 7월~2021년 9월생, 2028년에는 2021년 10월~2022년 12월생이 입학한다.

박 부총리는 이 같은 ‘4년 시나리오’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양한 시나리오가 가능한데 제일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조기에 공교육체제에 들어와서 안정적인 시스템에서 더 나은 교육 서비스를 받는 것”이라며 “더 나은 대안이 있다면 언제든지 수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부총리는 앞서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해마다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며 “미국 등 해외 국가들처럼 초등학교에 유치부(K) 과정을 추가하는 방안, 초·중등 교육 과정을 12년에서 13년으로 늘리는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조기 입학으로 동급생이 많아져 입시와 취업에서 과도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에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2018년생이 더 줄어들어 2025년 입학 시 학급당 인원이 늘어나지 않는다”며 “과도한 경쟁은 걱정할 상황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한덕수 총리도 진화 나서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유아 발달 단계와 돌봄 현황 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행정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교사노동조합연맹,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등 교육시민단체와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조 40여 개 단체는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를 결성하고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반대 집회를 열었다.

범국민연대는 “초등학교 취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려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은 우리 아이들의 삶과 성장에 큰 상처를 주고, 영유아기부터 경쟁 교육으로 내몰며 영유아교육·보육체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며 “초등학교 교실 현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잘못된 정책을 즉각 철회해 더 이상 혼란을 야기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 95%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에 반대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이날 학제개편안에 대해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1만662명 중 94.7%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찬성한다는 의견은 5.3%에 그쳤다.

유아 학부모들이 모이는 인터넷 맘카페와 단톡방에서는 결사반대를 외치는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경기 안양의 맞벌이 부모 김모씨(38)는 “유치원보다 초등학교의 하교 시간이 더 빨라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이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라며 “카페에선 촛불집회를 열어야 한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반발 여론이 확산하자 국무총리실도 진화에 나섰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박 부총리에게 “아이마다 발달 정도가 차이 나고 가정과 학교의 상황이 다르다는 점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며 “국민이 불안해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진 상황에서 민감한 교육 정책 이슈를 잘못 건드렸다가 여론의 흐름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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