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의 안타 위해 99번의 아웃을 참아내야 하는 스타트업 [이진열의 스타트업 경영 전략]

입력 2022-08-02 10:14   수정 2022-08-03 10:35



[한국경제매거진=이진열 한국시니어연구소 대표]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창업 2년 반 만에 누적 12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고, 13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재가요양서비스 브랜드 ‘스마일시니어’를 인수했다. 필자는 사업 초기, 해당 브랜드의 가맹점주로 실버산업에 들어와 본사까지 인수한 히스토리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부분을 보면 누군가는 한국시니어연구소가 빠른 시간 안에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2013년부터 6년간 운영했던 스타트업 마이돌은 1400만 다운로드를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패했다. 그 실패의 구렁텅이를 벗어나느라 오랜 시간을 보냈다. 이후 그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설립했지만 그 과정도 결코 성공가도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도 그럴 것이, K-pop 스타의 팬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고 운영하던 팀이 갑자기 실버시장에서 요양서비스를 만든다는 건 누가 들어도 이상한 일이 우리에게는 치열한 현실이었다.

과거 마이돌을 창업했을 때, 사업 초기에는 한국시니어연구소만큼 힘들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마이돌도 한 번의 모바일 서비스가 실패한 이후 만들어진 것이지만, 론칭 직후부터 수만명의 팬들이 이용했으니 오히려 사업 초기에는 나름 승승장구했던 셈이다. 구체적으로 떠올려보면, 마이돌 때와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사업 초반에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매우 달랐고, 한국시니어연구소가 상대적으로 더 어려웠다.

먼저, 마이돌은 우리가 만든 핵심 기능이었던 ‘스타와의 가상대화’가 팬들에게 즉시 어필이 되면서 곧바로 유저로 전환됐다. 실제 팬들 중에 많은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었던 트위터 유저들이 마이돌을 언급해주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시니어연구소의 핵심 서비스였던 ‘재가요양서비스’, ‘방문요양서비스’는 마케팅을 통해 만나게 되는 대상과 실제 서비스 수혜 대상이 다르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마케팅은 보호자님들을 대상으로 진행하지만 실제 서비스는 어르신들이 받다 보니, 마케팅을 통해 고객과 계약까지 이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보호자님들이 동의를 해도 어르신들이 싫다고 하거나 보호자와 어르신들의 니즈가 다른 경우도 허다했다.

두 번째는, 마이돌과 달리 재가요양서비스나 방문요양서비스는 법령을 기반으로 한 제도권 사업이라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재가요양서비스는 서비스 사용료의 85% 이상이 건강보험공단이나 지자체에서 지원되다 보니 법령으로 정해 놓은 다양한 규정과 의무사항들이 있다. 그래서 마케팅의 제약이나 운영 과정에서 반드시 지켜야하는 룰들이 많고 까다롭다. 이와 달리 팬덤 서비스는 스타의 저작권이나 초상권 이슈만 조심하면 크게 제약이 없었다. 오히려 자유도가 매우 높았고, 우리가 정말 자유롭게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 콘텐츠를 시도해볼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재가요양서비스, 특히 방문요양서비스는 ‘인력 관리’가 좋은 서비스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달랐다. 마이돌은 IT 서비스였기 때문에 유저의 다양한 패턴이나 지표들을 분석해 좋은 서비스를 빠르게 적용 후 테스트해볼 수 있었다. 그렇지만 방문요양서비스는 요양보호사님을 댁으로 파견하는 것이 본질이었기 때문에 요양보호사님을 뽑고 관리하는 이슈가 매우 중요했다. 특히 어르신의 니즈와 성향에 적합한 요양보호사분을 찾아 배치하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그러다 보니 IT서비스와 달리 빠르게 시장의 니즈를 테스트해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런 이유로,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사업 초기는 정말 많은 어려움과 실패의 반복이었다. 때론 요양보호사님께 꾸중을 듣기도 했고, 때론 무례한 보호자님 때문에 속상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아,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한 번의 안타를 위해 99번의 타석에서 아웃을 당해야 하는 것이구나’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

그래서 필자의 팀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다. “우리 이거 어차피 실패할 확률이 높을 거예요. 생각보다 잘 안 될 거고요. 그러니까 우리 여기서 꼭 배워야 돼요. 꼭 배워서 다음 번에 또 실패해보고, 그걸 통해서 결국 성공할 수밖에 없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말이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팀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 원칙 중에 Lesson&Learn이 있다. 즉 배우고 학습한다는 것인데, 99번의 실패가 너무 자명하니 그 과정 중에 한 번의 홈런을 위한 크고 작은 학습들을 해 나가야 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지난 3년 간의 시간 중에 가장 큰 실패에 대한 Lesson & Learn을 꼽자면, 스마일시니어 인수 과정을 꼽을 수 있다. 한국시니어연구소의 초기 사업 모델은 철저히 ‘직영 방문요양센터’를 키워 전국으로 확장하는 일이었다. 스타벅스가 직영만을 고집하고, 직영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형성하고, 그 브랜드 충성도를 기반으로 다양한 IT 서비스와 굿즈를 통해 수익성을 높인 것처럼 우리도 직영으로 방문요양센터를 잘 운영하고, IT 인프라와 커머스를 붙여 방문요양서비스계의 스타벅스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실제로 그 꿈은 계획대로 잘 진행이 되는 듯해 보였다. 직영 센터의 매출은 창업 2년 만에 월 1~2억원을 돌파했고 서울, 경기를 넘어 대구까지 진출을 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막상 첫 지방 진출이었던 대구 진출을 해보니 몇 가지 큰 문제에 봉착을 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가요양서비스의 마케팅 대상은 보호자들이지만 실제 서비스를 받는 것은 어르신들인데, 보호자와 어르신들이 다른 지역에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 특정 지역만 타깃해서 마케팅을 하면 ‘보호자’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마케팅하는 것이 될 뿐, 막상 어르신이 그 지역에 살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대구에 마케팅을 하면 자꾸 경북 인근 지역의 어르신들이 들어왔고, 이는 곧 마케팅 비효율로 이어졌다. 결국 우리 산업의 구조상 지역 확장 속도가 느리면 그만큼 비효율이 누적되어 간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 셈이었다. 결국 우리는 ‘직영’ 중심으로 성장을 해가면 지역 확장 속도가 빠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왔으니, 바로 사업 초기 가맹점주를 했던 ‘스마일시니어’ 브랜드에서 인수 제안이 들어온 것이었다. 그때 사실 그 제안에 별 관심도, 의향도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그 브랜드의 가맹점주였지 않은가. 그 비즈니스 구조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 브랜드를 인수한다는 것은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팀원들의 생각은 좀 달랐다. 우리는 이미 직영 센터를 키워오며 치열한 실패의 과정에서 Lesson & Learn을 했고, 빠른 지역 확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상태였다. 그런데 대표가 그 학습에 반하는 결정을 한다니, 팀원들이 이를 이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고, 이에 팀원들이 나에게 문제제기를 했다.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 스마일시니어를 인수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때가 주말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득 떠올려보니 우리는 이미 실패를 통해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배웠고, 그 방법에 스마일시니어가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브랜드와 서비스를 더 성장시킬 능력과 계획도 있었다. 그저 부족했던 것은 대표의 좁은 시야였다는 것이 그 당시 나의 큰 반성과 깨달음이었다. 그래서 결국 우리는 정말 무리를 해서 우리만큼 큰 회사와 브랜드를 인수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스마일시니어를 한국을 대표하는 재가요양서비스 브랜드로 키웠고, 전국 60개 지역에 스마일시니어의 깃발을 꽂을 수 있었다.




지금까지 개인적으로도 큰 실패를 경험했고, 우리 팀 역시 많은 실패들을 경험해왔다. 언급한 스마일시니어 인수 과정은 그 중에 극히 일부이며 크고 작은 실패의 경험들이 우리에게 수많은 Lesson & Learn으로 자리매김해왔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한국 사회는 개인에게도 조직에게도 참 실패에 관대하지 않다. 어른들은 대학 진학의 실패가 학생의 인생이 망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어떤 회사가 어려워지거나 혹은 극단적으로 망하면, 나는 그 회사가 망할 줄 알았노라고 많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실패의 이유를 적나라하게 나열한다. 그런 눈으로 나와 우리 팀을 바라보면, 그저 우리는 한 번 크게 실패한 창업가들이 다시 창업한, 또다시 크고 작은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그런 팀일 수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와 우리 팀은 그 실패를 통해 꼭 무언가를 배웠으며, 단 한 순간도 거꾸로 성장한 적은 없었다. 치열하게 실패했고, 치열하게 배웠고, 그 과정에서 작고 크게 성장하고 성공했다. 그렇기에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실패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을지, 다음 번엔 어떻게 실패를 줄일지를 고민한다. 결국 99번의 아웃 끝에 팀을 승리로 이끌 만루 장외홈런을 칠 것을 확신하니까 말이다.

이진열 씨는 '마이돌'이라는 팬덤서비스를 운영하다 매각했으며, 현재는 마이돌의 CTO였던 김선중 님과 함께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재창업해 실버시장의 새로운 변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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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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