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회사채 발행 나선 기업들…자금 보릿고개에 경영 환경 ‘빨간불’

입력 2022-08-03 15:51  

이 기사는 08월 03일 15:5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회사채 발행금리가 빠르게 치솟고 있다. 시장금리 급등으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어서다.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7~8%대 고금리에도 자금 조달 총력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통영에코파워는 지난달 28일 120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했다. 통영에코파워는 경남 통영시 광도면 일대에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다. 이번 회사채는 최대주주인 HDC가 지급보증을 맡았다. 국내 신용평가업체는 이번 회사채의 신용등급을 'A+'로 매겼다. 대표 주관사는 하나증권이다.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이 회사채의 표면이율은 6.1%에 매겨졌다. 앞서 통영에코파워가 회사채의 희망금리 범위를 연 5.7~6.1%로 제시했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주문도 들어오지 않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희망금리 최상단에서 조달할 수밖에 없게 됐다. A급 공모 회사채 발행 금리가 연 6%를 넘어선 건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신용도가 흔들리는 HDC가 지급보증을 맡은 데다 민간발전업체에 대한 인기가 줄어들면서 흥행에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모채도 고금리에 발행되고 있다. 조달 금리가 7~8%대에 육박하고 있다. 가전기업 위니아는 지난 6월 1년 만기 사모채 102억원어치를 연 7.0%에 조달했다. 이랜드그룹의 레저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랜드파크는 지난달 40억원 규모의 1년 만기 사모채를 연 7.2%로 발행했다. 중소기업들의 회사채 금리는 더 높다. 도?소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크홀딩스는 지난달 27일 연 8%에 사모채를 조달했다.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조달 금리가 크게 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채 발행액 자체도 대폭 줄었다. 기업들이 자금 시장에서 돈을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기업의 직접금융 조달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회사채 발행 규모는 96조1052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14조248억원(12.7%) 감소했다. 이 가운데 일반 회사채 발행액은 21조80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조9795억원(29.2%) 줄어들었다. 금감원 측은 "금리 인상, 투자심리 위축 등 회사채 발행여건이 악화돼 A등급 이하 채권 발행액과 비중이 감소한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회사채 대신 외화채 발행 '봇물'
국내 회사채 시장에 자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외화채 발행으로 선회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포스코, LG화학, 롯데물산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외화채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했다.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기업들이 글로벌 채권 시장을 활용해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포스코는 10억달러(약 1조3011억원) 규모의 외화채를 발행했다. 3년 만기 7억달러, 5년 만기 3억달러다. 올해 국내 민간 기업이 발행한 외화채 중 가장 큰 규모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BNP파리바, 씨티그룹, HSBC, SC증권이 발행 주관 업무를 맡았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Fed)이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올렸지만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매수 주문이 다수 쏟아졌다.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달 28일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10년 만에 'BBB+'에서 'A-'로 올리는 등 신용도가 개선된 게 호평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LG화학과 롯데물산도 각각 3억 달러의 외화채를 발행에 성공했다. 두 회사채 모두 녹색채권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구성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KT와 NH투자증권 등도 달러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KT는 3억~5억달러 규모의 외화채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CP로 우회하는 우량 기업 급증
기업어음(CP) 등 단기 자금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도 많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의 발행실적은 841조9514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상반기 대비 82조7938억원 증가했다.

특히 그동안 공모채, 사모채 시장에서 주로 유동성을 확보한 우량 기업들이 CP 시장을 대거 찾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일 기준 기준 국내 최상위 신용등급(A1) CP 발행 잔액은 약 98조5853억원으로 집계됐다. 4개월 전인 4월 1일 79조9682억원 대비 18조원 넘게 불어났다.

CP는 대표적인 기업의 단기 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1년 미만 만기로 발행하면 증권신고서 작성 등 까다로운 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발행 기업에 대한 평판을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흥행 실패로 우량한 이미지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우려에 CP로 우회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IB업계의 분석이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회사채 시장이 조정기를 겪고 있다"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잇따른다면 회사채 시장 경색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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