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준 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2일 “관료들의 서랍 속 대안으로 현재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는 어렵다”며 “(윤석열 정부가) 기업과 학계 등 민간의 인재를 더 모셔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야당은 물론 여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선 “지금 시점에 대통령 참모들을 바꾸면 오히려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시간을 조금 더 주고 (성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총리는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 원인을 묻는 말에 “결국 국민의 시선이 중요하다”며 “인사 문제가 가장 크지 않냐”고 했다. 그러면서 “지지율 하락의 이면엔 경제 문제가 있다”며 “물질적으로 여유가 없으니 정부가 조금만 잘못해도 (국민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인플레이션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위험성을 특히 경고했다. 그는 “선진 민주 국가들이 문제가 생기면 일단 돈을 풀고 국채를 남발해 세계 통화량이 급증했다”며 “국가 채무와 통화량 증가는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고물가 구조는 상당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며 “인플레이션이 우리 사회에 내재된 거의 모든 문제를 건드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전 부총리는 이런 새로운 형태의 경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정부 경제팀 구성원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관료들이 서랍 속에 준비해 놓고 있는 전통적인 대안으로는 과거에 전혀 볼 수 없던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며 “재계와 학계 등 민간에서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갖춘 인재들을 삼고초려해야 한다”고 했다.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를 의미하는 ‘모피아’들이 주요 경제 부처 고위직을 독식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상당히 일리 있는 지적”이라며 “모피아들은 실무 부서에서 행정을 뒷받침하는 역할만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초기 2년 동안 청와대 정책실장을 맡았던 김 전 부총리는 “대통령실 참모와 같은 임명직을 수시로 교체하면 부작용이 더 많이 발생한다”며 “후임자로 능력 있는 인재를 데려오기가 어려워지고 후임자도 소신껏 일하지 못하고 동료와 언론의 눈치만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여당에 대해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2018년 6월 지방선거 이후 당의 지도부와 대선 후보들이 모두 외부 출신으로 채워졌다”며 “냉철하게 보면 당(국민의힘)의 자생력은 없다고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당과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선 “당이 혼란스럽고 정책 역량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금은 대통령과 행정부가 앞장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 나오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사퇴 주장에 대해선 “당의 비상사태를 수습하는 일이 우선”이라며 “원내대표가 없으면 비상대책위원장도 선출할 수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상황을 수습한 뒤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냐’는 질문엔 “도덕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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