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1년…'저녁 있는 삶'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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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09 17:07   수정 2022-08-10 09:08

경남 거제의 한 대형 조선소에서 근무하는 사내 협력사 직원 A씨는 지난 6월 선박 블록 관련 작업을 하다가 오른팔을 크게 다쳤다. 전날 심야 대리운전으로 ‘투잡’을 뛰어 기계 조작 과정 중 졸다가 벌어진 일이다. 이 회사 대표는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이후 줄어든 잔업 수당을 메우기 위한 투잡이 일상화되면서 아예 야간 배달 아르바이트용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7월 주 52시간제가 5인 이상 사업장에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제도 도입으로 오히려 대다수 중소기업 근로자의 임금이 감소하고, 여가시간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 52시간제 영향을 크게 받는 저임금 근로자 비중이 높은 중소조선업에선 근로자 평균 월급이 60만원 넘게 감소했다. 줄어든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부업을 병행하거나 가족까지 생업 전선에 뛰어든 사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조선업체 근로자 300명을 대상으로 한 ‘주 52시간제 전면 시행 1년 근로자 영향조사’에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9일 밝혔다. 주 52시간제 도입 후 ‘임금이 감소했다’는 응답은 73.3%에 달했지만 ‘증가했다’는 답변은 1.7%에 불과했다. 감소액은 월평균 60만1000원이었다. 임금 감소에 따른 대응(복수 응답)으로 73.2%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 했다. ‘가족 구성원이 추가로 일하게 됐다’(22.3%)거나 ‘투잡을 뛴다’(21.8%)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소득이 줄면서 삶의 질도 크게 떨어졌다. 근로자의 절반 이상(55.0%)은 주 52시간제 도입 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나빠졌다고 했다. 좋아졌다는 답변은 13.0%에 불과했다. 나빠진 이유(복수 응답)로는 93.3%가 ‘근로 시간 단축에 따른 임금 감소로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져서’를 꼽았다. ‘소득 감소를 보전하기 위해 투잡 생활을 하느라 여가시간이 부족해졌다’는 반응도 35.8%에 달했다.

이태희 중기중앙회 스마트일자리 본부장은 “상당수 중소기업 근로자가 근로 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기보다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 12시간 연장근로 한도를 노사 합의 시 주간 단위에서 월 단위로 유연하게 바꾸는 정부 방침에 대해선 77.0%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 이 본부장은 “정부도 월 단위 연장근로제 도입을 속도감있게 추진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성을 높이지 않고 근로시간만 줄였더니 중소기업은 일감을 받지 못하고 근로자도 임금이 줄어드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근로자의 건강권 못지 않게 ‘일할 자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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