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잇따라 암울한 실적을 예고하고 나섰다. PC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당초 반도체 수요를 지탱해줄 것으로 예상했던 데이터센터 시장의 반도체 수요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반도체의 겨울이 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주가가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잇따라 올해 실적 전망치를 크게 하향하자 직격탄을 맞았다. 9일(현지시간) 글로벌 3위 D램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올해 회계연도 4분기(6~8월) 매출 전망치가 지난 6월 말 제시한 가이던스(68억~86억달러) 하한선을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공시했다. 이어 다음 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고 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혀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이날 마이크론은 3.74% 급락했다.지난 8일엔 엔비디아도 예비 실적 보고서를 통해 2분기(5~7월) 매출(67억달러)이 당초 전망치보다 약 17% 적은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엔비디아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 분기의 30% 수준에 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이익률도 7년 만에 한 자릿수를 기록했을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 업계 강자인 웨스턴디지털(WDC)도 5일 전 분기 대비 18% 감소한 3분기 매출 가이던스(37억달러)를 제시하며 낸드 시장의 수요절벽이 본격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말 인텔도 전년 동기 대비 22% 급감한 2분기 실적(매출 153억달러)을 공개했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가이던스 하향 조정이 잇따르면서 글로벌 반도체 주가는 힘없이 하락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실적 경고에 전날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4.57% 급락했다.
반도체 가격도 급락세다.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7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88달러로 전달 대비 14.03% 하락했다.
PC나 스마트폰용 반도체 업황만 둔화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시장에서도 반도체 수요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올 상반기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견조했던 것은 제품 수요가 아니라 재고 확보 수요 때문이었을 수 있다는 의구심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수요 둔화와 재고 조정이라는 이중고가 반도체 업황을 더 무겁게 짓누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동맹 ‘칩4’의 한국 참여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주가에는 악재가 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목표는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업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마이크론과 인텔이 그 수혜자가 될 것”이라며 “중국의 대(對)한국 규제, 경쟁자인 마이크론 등의 성장을 감안한다면 국내 기업은 큰 수혜를 보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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