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국민의힘은 의원총회와 전국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선임하는 등 비대위 전환 절차를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당 지도 체제가 비대위 체제로 전환되면서 이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자동 해임됐다. 이에 이 전 대표는 “가처분 신청 한다. 신당 창당 안 한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이미 사퇴를 선언한 최고위원이 최고위 표결에 참여한 것은 절차적 하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일 당 지도부는 최고위원회를 열고 비대위 전환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상임위 소집을 의결했다. 당대표 직무대행 사퇴를 선언한 권성동 원내대표와 최고위원에서 사퇴한 배현진·윤영석 의원이 ‘사퇴서가 접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고위에 나와 논란이 됐다. 법조인 출신인 한 의원은 “대표 직무대행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한 권 원내대표가 직무대행 자격으로 주 의원을 비대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 의사결정에 법적으로 대응한 데 대한 비판이 커지면서 당내 입지도 크게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가 이 같은 위험을 안고 가처분 신청까지 낸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막판 협상을 위한 카드라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표가 가처분 신청 당일이 아니라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예고한 것도 막판 타협을 염두에 둔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문제는 당이 이 전 대표 측에 제시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주 위원장은 지난 9일 “이른 시간 안에 이 대표에게 연락해 만나고 싶다”고 밝힌 만큼 법원 결정 이전에 타협이 이뤄질지도 관심이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당은 더 깊은 내홍에 빠질 전망이다. 이미 출범한 비대위 대신 새로 비대위를 꾸리거나 전당대회를 열어야 할 수도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절차적 하자라는 위험성을 알고 비대위 체제를 밀어붙인 만큼 권 원내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당내 여론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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