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프리즘] 대중 무역적자가 의미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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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22-08-11 17:22   수정 2022-08-12 00:12

10년 전 미국 워싱턴DC에서 연수할 때의 일이다. 국제 무역을 주제로 소규모 토론이 벌어졌다. 기자는 미국인 교수에게 미국의 경쟁력이 멕시코에 추월당하면 어떤 일이 생기는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그 교수는 미국이 멕시코에서 하이테크 제품을 수입하고, 미국은 대신 이쑤시개 티셔츠 신발 같은 저부가가치 제품을 수출하면 된다고 했다. 무역적자가 커지는 문제에 대해선 아마도 미국 근로자들이 멕시코에 가서 일하고 송금하는 등의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 담담한 경제학자였다.

고전파 경제학에서의 국가 간 교역도 마찬가지다. A국이 B국과 거래할 때 기준은 비교우위다. 서로 비교우위가 있는 제품을 주고받는 것이 각국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경제는 다르다. 경제가 발전한 A국이 B국에 추월당하면 A국의 국민은 자긍심이 떨어진다. 없던 문제가 발생할 공산도 크다. 새 질서에 적응하기까지 혼란도 생길 수 있다.

요즘 한국과 중국의 교역 사정을 보면 이런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석 달 연속 대중 무역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석 달 연속 대중 무역적자는 한국이 중국과 수교한 1992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이다. 한국은 그간 일본에서 낸 무역적자를 중국에서 메워왔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 세운 공장이나 중국 기업, 중국 소비자에게 소재, 부품, 최종 소비재 등을 수출해 큰 폭의 무역흑자를 내왔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8년과 2019년 대중 무역흑자는 각각 556억달러와 290억달러였다. 최근 대중 무역적자는 5월 10억9000만달러, 6월 12억1000만달러, 7월 5억7000만달러였다.

대중 무역적자는 코로나19의 영향이 분명 있다. 중국이 올 들어서도 제로 코로나와 도시 봉쇄 정책을 펴면서 경제가 타격을 받았고 이로 인해 한국의 대중 수출이 늘어나지 않은 탓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10월 3연임을 확정한 뒤 코로나 대응전략을 바꾸면 대중 무역은 개선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한·중 간 교역은 이미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이 있다. 중국 소비자들은 한국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을 더 이상 프리미엄 제품으로 보지 않는다는 전언이 많다. 중국 제품보다 약간 낫지만 가성비가 뒤지는 것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중국제조 2025’의 여파도 나타나고 있다. 정보기술(IT), 로봇, 항공우주장비, 신소재 등을 집중 육성하면서 그간 한국이 우위를 갖고 있던 영역에서 중국이 치고 올라왔다는 얘기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추월당했다는 분석은 꽤 여럿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올초 내놓은 보고서에도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18개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중국에 0.3년 뒤지는 것으로 진단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내놓은 자료를 보면 세계 100대 ICT 기업(시가총액 기준) 중 한국 기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곳에 그쳤지만 중국은 9개에 이른다. 중국 ICT의 도약은 점프업 전략에 힘입기도 했다. 전화기를 건너뛰고 휴대폰으로, 신용카드를 패스하고 모바일페이로,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고 전기차로 넘어간 것 등이 거대 시장과 맞물려 성공했다는 평이다.

어찌됐건 석 달 연속 무역적자는 중국이 더 이상 만만한 시장이 아니라는 점을 일깨워줬다. 반도체를 비롯한 몇몇 분야에서 확실한 초격차를 이루지 못하면 무역적자는 지속되고 적자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칩4 동맹에 가입하는 것은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법일 수 있다. 보다 본질적으론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앞설 뿐 아니라 세계 시장을 선도할 혁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없애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 그중 하나가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을 도입하는 일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만 규제하는 이 제도를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 정책을 채택하면서부터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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