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겐의 배신…"유방암 전이 부추기는 유형도 있다"

입력 2022-08-11 20:54   수정 2022-08-11 20:55


인체 내 콜라겐이 암의 발달과 전이에 직접 관여한다는 과학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에 확인된 콜라겐 유형은 흔하지 않은 부류에 속하는 12형 콜라겐이다.

어떤 암 종양을 둘러싼 생태계를 종양 미세환경이라고 하고, 종양 미세환경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 '세포외 기질(extracellular matrix)'이다. 체내 단백질의 약 30%를 차지하는 콜라겐은 종양 미세환경에서도 중요한 요소다.

종양 미세환경에서 12형 콜라겐 수위가 올라가면 유방암의 전이를 촉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 유형의 콜라겐은 종양의 세포외 기질이 형성될 때 핵심 역할을 했다.

호주의 가반 의학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지난 6일(현지시간)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발표했다.

지금가지 인간의 몸 안에서 발견된 콜라겐은 모두 28종이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건 1형·2형·3형·5형·10형 등 5개 정도다. 1∼3형이 대략 90%라고 보면 된다.

연구팀은 종양의 세포외 기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관찰해 포괄적인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면서 12형 콜라겐을 눈여겨봤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콜라겐은 다른 유형의 콜라겐이 형성될 때 중요한 역할을 하고, 세포외 기질이 입체 구조로 만들어지는 데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바탕으로 생쥐 모델의 유방암 종양을 전 임상(pre-clinical) 초기부터 세밀히 관찰한 결과, 종양이 발달함에 따라 세포외 기질을 구성하는 분자도 상당수 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흥미로운 부분은 12형 콜라겐 수위가 높아지는 것이었다"면서 "12형 콜라겐은 종양의 성질을 바꿔 더 공격적인 암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특히 콜라겐이 구성되는 메커니즘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눈길을 끌었다"고 말했다.

또 "12형 콜라겐은 이를 통해 유방 종양에서 이탈한 암세포 무리가 폐 등 다른 기관으로 전이하는 것을 도왔다"면서 "콜라겐 수위를 조절하면서 실험해 보니, 12형 콜라겐 수위가 상승하면 암세포의 전이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암 환자의 종양 조직 생검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토마스 콕스 부교수는 "암세포가 씨앗이라면 종양 미세환경, 특히 세포외 기질은 토양과 같다"라면서 "12형 콜라겐이 유방암의 발달과 전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확인됐다"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12형 콜라겐은 새로운 전이암 치료 전략의 유망한 표적이 될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공격적인 전이암을 미리 가려내는 진단 지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유방암 환자의 종양 생검 등을 통해 12형 콜라겐 수치를 측정하면, 전이 확률이 높은 공격적인 종양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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